지하와 피난계단 주변
일부 전기차 충전 시설
화재 피해 우려 낳는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벤츠 EQE 350+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 주민 등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약 959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이에 따라 38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도 있었다. 화재 발생으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3개 동 400여 가구는 난방이 안 되는 등의 여전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또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수 없다는 조사 결과에도 우려가 나왔다. 구체적인 안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실내 공영주차장 내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한국소비자원 주장이 제기됐다.
전기차 충전 설비 현황
대부분 화재 취약한 곳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설비 안전 기준에서는 충전 설비되도록 지상에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지하 주차장은 소방차나 이동식 수조 설비 등 소화 시설의 통행이 쉽지 않고, 차량이 밀집되어 화재 발생 시 더 큰 피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은 유휴공간 확보가 어려워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 아파트는, 1층 세대나 어린이 놀이터 등에 설치하고 있는데 또 다른 안전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불만이 많다.
지상 설치가 도저히 어려울 때는, 지하 2층 이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개 중 6개는 지하 3층 이하에 설치되어 있으며 30개 중 10개는 충전 설비가 피난계단 주변에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화재가 발생한다면, 연기와 열이 계단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 발생 시, 열폭주 현상으로 급격하게 화재 확산 위험 있어 이로 인한 안전 관리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주차면
이격거리 확보해야 해
또한, 전기차 전용 주차면 간의 짧은 이격거리도 문제점이다. 공용주차장 30곳에 있는 전기차 전용 주차면 835개 중 오른쪽과 왼쪽 모두에 이격거리를 두거나 별도 공간으로 분리한 경우는 48개(5.7%)에 불과했다. 전기차에 불이 나면 ‘제트 화염’이 삽시간에 번져 붙을 우려가 있다. 제트 화염은 연료가 고압에서 연소하면서 형성되는 길고 강력한 불이다. 그렇기에 양옆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전기차 주차면 사이에 최소 90∼120㎝의 여유 공간을 두도록 한다.
심지어, 조사 대상 주차장 중 2개소는 고전압 시설 등 위험지역 인근에 전기차 전용 구역이 설치되어 대형 사고가 우려됐다. 게다가 유사시 초동 대응에 필요한 질식 소화포를 비치한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소비자원은 문제점이 드러난 주차장 관리 주체에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안전 관리 강화를 권고했다고 전했다. 관계 부처에는 전기차 화재 특성을 고려한 전용 주차구역의 안전 기준을 마련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지속적인 논의 통해
재앙 예방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어진 아파트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구조이기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대부분 지하에 설치한다. 하지만, 화재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상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주민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화재 위험을 줄여나가야만 한다.
이에 대해 네티즌은, 대체로 염려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전기차 화재 정말 끔찍하긴 하더라’, ‘입주민들과의 소통으로 간극을 좁혀가야 하지 않을까’, ‘화재는 한 번 발생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으니 더 겁난다’ 등의 의견이었다. 더불어, ‘정부가 조금 더 강경한 대책을 내줘야 할 것 같다’, ‘아파트의 현실을 고려한 더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라는 반응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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