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신경 많이 쓰는
GM의 쉐보레 브랜드
전기 웨건 ‘멘로’도 눈길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글로벌 브랜드는 폭스바겐만이 아니다. 쉐보레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상하이자동차, 우링과 합작사를 세웠고, 과거에는 FAW(제일기차)와도 협력한 전력이 있다. 더불어 우링-상하이 체계 하에는 쉐보레보다 더 저가 시장을 겨냥한 ‘바오준(宝骏)’ 브랜드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쉐보레는 중국 전용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만 공식 참가하는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에 대한 비중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그런 중국 전략 모델 중 하나가 바로 쉐보레 멘로(Menlo)다. 전기차임에도 왜건 스타일을 취한 독특한 구성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차라도 들여오면 좋겠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멘로는 오직 중국 전용 모델이다.
전기차와 왜건의 만남
멘로는 어떤 차량인가?
멘로는 2020년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된 쉐보레의 전기 크로스오버 왜건이다. 차체 형태는 왜건에 가깝지만 전고와 지상고가 높아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처럼 크로스오버 형태에 더 가깝다. 실제 크기나 실내 공간 면에서도 쉐보레 올란도와 유사해, 전동화된 올란도 대체 모델처럼 볼 수도 있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 쉐보레 라인업과 다소 차별화됐다. 쉐보레 전기차에서 자주 보이는 분할형 그릴 디자인은 멘로에서 적용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전기차 특유의 클린한 전면부가 강조됐다. 후면부는 콤팩트한 테일램프, 번호판이 범퍼 하단에 위치한 구조, 개성 있는 스키드 플레이트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인상을 준다. 실내 디자인은 당시 쉐보레 모델들과 유사한 구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출시 시점 기준으로도 다소 구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행거리와 구성 무난하지만
아쉬운 효율과 실내 완성도
멘로는 두 가지 파워트레인 옵션을 제공한다. 기본형은 150마력의 전륜 싱글 모터와 35kWh 배터리를 탑재해 NEDC 기준 301km를 주행할 수 있고, 상위 트림은 204마력의 전기모터와 66kWh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410km의 주행 가능 거리를 제공한다. 전기모터 출력은 실용성을 고려한 설정이며, 주행거리는 그럭저럭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증 기준이다. 중국의 NEDC 주행거리 기준은 실사용 거리보다 과장되는 경향이 있어, 국내 기준으로 환산하면 상위 모델조차 300km 초반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실내 디자인은 기능성은 갖췄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구성으로, 고급감이나 디지털 완성도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쉐보레, 한국과
중국에서 이렇게 다르다
쉐보레의 한국 내 라인업은 현재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콜로라도 등 소수의 모델로 제한돼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합작사를 통한 다양한 현지 전략 모델이 존재하며, 뷰익과 캐딜락 등 GM 산하 다른 브랜드도 다채로운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 규모와 판매량의 차이에서 비롯된 구조적 차이다.
수요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멘로처럼 전기 크로스오버 왜건이라는 틈새 모델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한국 시장은 수요층이 제한적이고, 판매가 기대 이하일 경우 수입 물량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에 본사 차원에서 출시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쉐보레 멘로는 특이한 차다. 왜건이면서도 전기차이고, 중국 시장 맞춤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기 힘든 구성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실제 도입 가능성은 극히 낮다. 시장 수요가 적고, 가격 경쟁력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강력한 시장 수요에서 비롯된다. 쉐보레가 중국에서 멘로 같은 실험적인 모델까지 출시할 수 있는 이유는, 시장이 그만큼 크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있어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지만, 그 선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시장이라는 토양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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