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봐도 기괴한 디자인
그 시절 흑역사 취급 받던
최악의 콘셉트카 4종은?
콘셉트카. 이는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디자인 실험장이자, 기술력 과시의 무대다. 하지만 모든 실험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장의 외면을 받거나, 심지어는 소비자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콘셉트카 역시도 존재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실제로 양산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은 콘셉트카들을 소개한다. 괴상한 외관, 과도한 상상력, 혹은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차라리 안 나온 게 낫다”는 반응을 불러온 모델들이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크라이슬러 아틀란틱
이스즈 코모 F1 슈퍼 트럭
첫 번째는 1995년형 크라이슬러 아틀란틱(Atlantic)이다. 아르 데코풍 클래식 쿠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겠다는 취지로 공개된 이 차는, 이름처럼 대서양의 웅장함과 고급스러움을 담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90년대 SF 영화의 조연 차량 같은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물방울을 반대로 배치한 듯한 프론트 디자인과 매끄럽지 못한 비율은 많은 이들의 혼란을 자아냈다. 한 자동차 팬은 “히스파노 수이자가 이런 디자인을 참고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디자인 언어와 차체 비율 간의 불협화음은 지금 봐도 당시의 의욕이 과했던 흔적으로 남아 있다.
두 번째는 1991년형 이스즈 코모 F1 슈퍼 트럭(Como F1 Super Truck)이다. 이름만 들어도 독특한 이 콘셉트는, 실제로 픽업 트럭 차체에 F1 전용 V12 엔진을 얹은 전대미문의 구성을 가졌다. 2도어 구조와 짧은 휠베이스, 트럭 베드라는 이질적인 요소에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을 결합한 아이디어는 한마디로 ‘미친 상상력’이라 불릴 만했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전무했지만, 이 정도의 파격은 오히려 신선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런 비상식적인 차가 한두 대쯤은 실제 도로에 있어야 자동차 문화가 더 재미있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BMW 펀 카(Fun Car)
롤스로이스 103EX 콘셉트
세 번째로 언급할 모델은 BMW 펀 카(Fun Car)다. 이름부터 장난스러움이 묻어나는데, 이 차량은 사실 BMW가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주최 학생 디자인 공모전에서 나온 콘셉트다. 오토바이의 민첩성과 자동차의 안전성을 결합하겠다는 목표 아래 탄생한 이 콘셉트는 ‘정체성’ 자체가 불분명했다.
좁은 차체에 네 바퀴, 바이크 스타일 캐빈, 유리로 뒤덮인 지붕 등은 마치 탈것과 완구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느낌을 준다. 오늘날 BMW 그릴 디자인에 반감을 가진 팬들이 이 콘셉트를 봤다면 아마 절규했을지도 모른다. 디자인 실험이라는 명목이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이나 상품성 면에서는 한참 부족했다는 점에서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많은 반감을 산 모델은 바로 롤스로이스 103EX 콘셉트다. 이 차량은 롤스로이스가 “100년 후 브랜드의 모습”을 상상하며 제작한 초미래 콘셉트카로, 그 비전만큼이나 디자인도 과감하다. 운전대가 없고, 지붕은 갈윙 스타일로 열리며, 문은 뒷문 힌지 방식으로 열린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유선형이고, 차체 비례나 볼륨도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지만, 문제는 너무 낯설고 소통이 어려운 디자인 언어다. 팬들 사이에선 “이건 자동차라기보다는 영화 속 탈것에 가깝다”는 반응이 많았고, 양산 가능성이 없기에 더욱 외면을 받았다.
실패도 진화의 한 조각
실현되지 않아 오히려 가치 있어
이처럼 실패한 콘셉트카들은 브랜드의 흑역사처럼 회자되기도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이 진화해온 궤적 속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도였다. 실패를 통해 방향을 수정하고, 기술적 가능성과 한계를 파악하며 다음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일부 모델은 괴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콘셉트카는 본래 파격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오히려 이런 과감한 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혁신적인 자동차 디자인들도 없었을지 모른다. 앞으로도 제조사들은 상상력의 끝을 시험하는 콘셉트카를 계속 선보일 것이다. 그중 일부는 박수를 받을 것이고, 또 일부는 이렇게 다시 ‘나오지 않아 다행인 차’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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