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차 판매 증가에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실효성 희미해져
경기 침체 속 소비 심리가 얼어붙는 가운데,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은 신차 구매를 미루며 소비를 줄이고 있지만, 고소득층은 오히려 수입 럭셔리 차량을 더 많이 사들이고 있다.
특히 1억 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 수입차의 법인 및 개인 구매가 다시 활기를 띠며, 자동차 시장 전반에 뚜렷한 소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한때 법인 차 구매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오히려 법인 명의의 고가 차량 등록이 가파르게 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가 브랜드 법인 차
구매 비율 증가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등록된 1억 원 이상 법인 차량은 총 1만 2,221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 증가한 수치다. 특히 페라리와 포르쉐,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등 대표적인 초고가 브랜드들이 법인 차로 다시 급부상했다.
페라리는 115대로 전년 대비 35% 늘었고, 포르쉐는 1,827대가 등록돼 30% 이상 증가했다. 람보르기니 100대, 롤스로이스 49대, 애스턴 마틴 22대 등 대부분 브랜드가 일제히 판매 확대 흐름을 보였다. 이는 2023년부터 시행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기대만큼의 지속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는 차량 가격이 8,000만 원을 넘는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한 정책으로, 법인 차의 사적 사용과 세제 악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 초기에는 법인 명의 수입차 등록 비중이 4.4%P 감소하며 효과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법인 구매자들의 경각심은 급속히 약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미지보다 세제 혜택이 더 큰 구매 동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개인 구매도 늘어
양극화는 극대화
초고가 수입차를 개인 명의로 직접 구매하는 사례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4월 기준 1억 원 이상 차량을 개인 명의로 등록한 건수는 8,5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증가했다. 법인과 개인을 합치면 총 2만 792대에 이르며, 1년 전보다 약 3,000대가 늘어난 수치다. 경기 불황이 전방위로 퍼지고 있음에도 고소득층의 소비 여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이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을 감지한 글로벌 고급 차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 공략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신차 출시와 함께 전시장 확대, 고급 마케팅 행사 등으로 브랜드 노출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조차 초고가 차량만큼은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럭셔리 세그먼트에서만 소비가 유지되는 구조는 결국 자동차 시장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이 경기 불확실성 속에 지갑을 닫고 있는 사이, 고소득층은 페라리의 뚜껑을 열고 있다. 오늘날 자동차 시장에서는 자산 수준에 따라 갈라지는 소비의 단면이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연두색 번호판이 의도했던 정책 효과는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 내부의 계층 격차는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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