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는 안 됩니다” 영국, 공공주차장 롤스로이스·EV9 ‘출입 금지’

영국 공공 주차장
길이 제한 규정에
고급 차 퇴짜 맞아

영국 일부 지방정부가 5미터를 초과하는 차량의 공공 주차장 이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롤스로이스 컬리넌, 기아 EV9, 테슬라 모델 S 등 대형 고급 차가 대상이 되었다.

이들 차량은 크기 특성상 더 넓은 주차 공간이 필요하지만, 영국 대부분의 공영주차장은 4.8미터 이하 차량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대형차 소유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 해당 조치는 최근 차량 대형화 트렌드와 낡은 도시 인프라 사이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량 대형화 가속
주차장은 그대로

영국 워킹엄, 사우스햄프셔, 브로드랜드 등 다수의 지방정부는 차량 길이가 5미터를 넘거나 높이가 2.1미터를 초과할 경우 공공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무게가 3,050킬로그램을 초과하는 차량까지 금지 대상으로 삼는다.

해당 규정은 2023년부터 적용됐으며 위반 사례도 수백 건 이상 보고됐다. 차량 크기는 해마다 대형화되고 있지만 주차장은 수십 년 전 기준에 머물러 있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1965년 당시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들의 평균 길이는 3.9미터, 너비는 1.5미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이 수치가 각각 4.3미터와 1.8미터까지 늘어나 공공 주차장의 허용 기준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현재의 주차 규정은 사실상 대형 SUV나 고급 세단을 소유한 운전자들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차량의 고급스러움이라는 상징성조차 실용성 앞에서 무력해지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고급 차를 사더라도 주차조차 자유롭지 않은 불편한 상황이 일상이 된 셈이다.

제조사와 지자체의
적절한 개선 필요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지 차량이 길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힌다. 공간 효율성과 편의성 때문에 대형차를 선택했지만, 해당 지역 주차장에서는 아예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생기고 있다. 특히 고령 운전자나 가족 단위 이용자처럼 실내 공간 활용도가 중요한 소비자일수록 이 같은 규제는 더욱 큰 불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더 이상 크기 확대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컴팩트한 외형 안에서 실내 공간을 극대화하는 설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지방정부도 시대 변화에 맞춰 공공 인프라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처럼 낡은 주차 공간을 유지한 채 대형차를 막는 방식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적절한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고급 차는 ‘주차 못 하는 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조사와 지방정부 간의 실질적인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나아가 이 문제는 단지 한 국가의 이슈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에도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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