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앙투라지
MPV 시장 진출 토대
그러나 끝이 미약했다

현대차그룹에는 세그먼트를 대표하는 것을 넘어 독점하는 차종이 있다. 그중 하나가 패밀리카의 대명사 카니발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현대차는 앞서 2000년대 초반, 고급 미니밴 트라제 XG를 앞세워 MPV 시장에 도전했었다. 그렇지만 트라제 XG가 이름이 무색하도록 품질에 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아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뒤, 현대차의 MPV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차 버전의 카니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이름은 바로 현대차 앙투라지다. MPV 미니밴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인기있는 세그먼트인데, 트라제 XG의 단종 이후 명맥이 끊겨버린 MPV 라인업을 보강하기 위해 기획된 차종이다. 당시 생산되던 카니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차종인데, 의도는 좋았으나 부족한 차별성 때문인지 북미에서 처참히 밀리고 말았다.


생산도 기아 공장에서
알맹이까지 모두 같았다
그냥 얼핏 봐도 당시 절찬리에 판매되던 그랜드 카니발에 약간의 변화만 준 앙투라지는, 현대차의 마크를 달고 있지만 기아 공장에서 생산되었다. 라인업에 공백을 메우고자 기획된 모델인 만큼, 생산 라인을 옮기거나 만드는 등의 투자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디자인 요소에서 차별점이라고 해봤자 라디에이터 그릴과 같은 일부 부품만 달라, 기아에서 생산하는 것이 응당 맞았을 것이다.
외관에서의 차별성도 없었지만, 파워트레인에서도 차별성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판매되던 기아 카니발 (당시 현지 차명 세도나)에 적용된 3,800cc 람다 V6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크루징 주행이 많은 북미 지형 특성상, 여유롭게 정속으로 주행하기 알맞은 파워트레인으로 차별화했다면 조금 더 나았을지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국내 사양으로 출시
L290 카니발 리무진
현대차가 북미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미니밴 앙투라지는 국내 시장에서는 ‘L290 카니발 리무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앙투라지는 기아 그랜드 카니발과 플랫폼을 넘어 섀시 자체를 공유한 모델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L290 카니발 리무진은 4인승 또는 6인승 모델이 주로 판매되었다. 일부 모델에는 실내에 이동식 책상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까지 탑재되어 VIP용 차량으로 활용되었지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당시 카니발의 가지치기 모델은 뒤죽박죽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앙투라지는 그랜드 카니발 섀시에 숏보디 카니발의 전면부를 조합한 모양이었으며, 그랜드 카니발 리무진은 따로 있었고 심지어 앙투라지가 기아 엠블렘을 장착하고 L290 카니발 리무진으로 따로 판매되니,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조차 모델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어 수요가 흩어졌었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한국인이 모르는 한국차
현대차 커스틴
한국인이 모르는 한국차가 꽤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앙투라지와 비교될 만한 차종은 바로 현대차의 커스틴이다. 커스틴은 기존 현대차의 SUV나 미니밴들과 다른 직선적 실루엣을 채택했으며, 전면부에는 현대차의 최신 패밀리룩이 반영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측면에 적용된 슬라이딩 도어다. 이 방식은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도 승하차가 쉬워 가족 단위 패밀리카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커스틴을 보며 떠오르는 모델이 있다면 단연 현대 트라제 XG다. 한때 한국 미니밴 시장에서 패밀리카로 인기를 끌었던 트라제 XG는 넉넉한 공간과 세단에 가까운 승차감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카니발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언젠가 현대차의 중형급 MPV가 다시 등장한다면,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슈들
제보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 jebobox1@gmail.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