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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전 국민에 ‘토션빔’ 알렸던 이 車.. 알고 보니 이렇게 명차였다고?

전 국민에 ‘토션빔’ 알렸던 이 車.. 알고 보니 이렇게 명차였다고?

황정빈 기자 조회수  

르노코리아 SM 시리즈
마지막을 장식한 SM6
SM5의 열정부터 돌아보자

사진 출처 = ‘당근마켓’

삼성자동차. 아니, 현재는 르노코리아로 이름을 바꾼 회사다. 정확히는 이미 2000년 대 초반에 르노자동차였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역사가 길진 않아도, 그중에서 회사의 출범부터 개명까지 모든 역사를 함께한 차가 있다. 바로 르노코리아의 SM이다. 그중에서도 SM6는 그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오늘은 SM5부터 SM7을 거쳐 SM6로 오기까지 길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SM6의 시조가 되는 SM5부터 살펴봐야 하겠다. 범삼성가 故 이건희 회장은 살아생전 자동차 마니아로 유명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에는 독자 자동차 브랜드가 없었는데, 정부와 정치에 관련된 험난한 과정을 거쳐 삼성은 상용차 회사를 시작으로 자동차 업계에 진출한다. 이어 故 김영삼 대통령 정권 시기에 상용차에 더해 승용차 사업 허가를 받아내기에 이른다. 그렇게 출범된 삼성자동차는 닛산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사진 출처 = ‘당근마켓’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1세대 SM5 KPQ

이어 삼성은 중형 세단 시장부터 공략에 나섰다. 여기서 닛산의 자동차가 도입되는데, 그게 바로 세피로/맥시마 A32형을 기조로 한 1세대 SM5다. 당시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자신감 넘친 카피를 내걸고 홍보를 시작한 SM5는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킨다. 당시 4기통 1.8 라인업인 SM518, 4기통 2.0 라인업인 SM520, 6기통 2.0 라인업인 SM520V, 6기통 2.5 라인업인 SM525V 등 총 4가지 라인업을 앞세웠는데, 이 중 SM525V는 그랜저 XG를 경쟁 모델로 삼을 정도의 상품성을 자랑했다. 비공식 6기통 3.0 라인업인 SM530L은 시중에 판매되지 않았다.

전해지는 후일담으로, 닛산의 임원이 1세대 SM5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원형 모델인 자사의 맥시마보다 품질이 더 높아 놀라워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1세대 SM5의 품질은 당시 기술력 대비를 차치해도 엄청났다. 현재도 가끔 길거리에서 목격되는 개체가 있는데, 당시 부식 문제가 심각했던 경쟁 차종과 달리 도장의 클리어 층조차 벗겨지지 않은 상태로 부식 없이 멀쩡한 개체가 많다. 1세대 SM5는 고질적인 변속충격을 제외하면 극한의 내구성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사진 출처 = ‘당근마켓’

그렇게 이어진 명성
2세대 SM5 EX2

SM5가 내구성이 좋다는 사실은 소비자의 입소문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르노에 인수된 후지만 자체적으로 내구성 좋은 차라는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는지 2세대 SM5가 시장에 등장하는데, 이때 르노삼성은 엄청난 차를 가져온다. 당시 일본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던 닛산의 중형급 세단인 티아나를 도입한 것이다. 보통 기술 계약을 맺으면, 공급자 측에서 기술 유출 및 시장 잠식을 우려해 이전 세대 모델을 내어주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당시 SM5가 가져온 효과는 꽤 대단했는데, 당연히 일본 현지에서 판매 중이던 모델이었으니 실내 공간부터 외관 디자인까지 모두 세련된 감각을 뽐냈다. 상위 모델로 포지셔닝해 라인업을 메우고자 파워트레인과 디자인 및 패키징을 달리 기획한 SM7과 완벽히 개조되는 사실과 실내만 보면 구별이 되지 않는 지점 역시 2세대 SM5의 인기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반대급부로 SM7은 SM5와 같은 차대에 범퍼만 늘렸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말이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사진 출처 = ‘당근마켓’

갑자기 시작된 내리막
SM5 뉴 임프레션

사실 2세대 SM5에 큰 조롱거리가 하나 있었다. 같은 차종을 놓고 SM7은 준대형급, SM5는 중형급으로 기획하려다 보니 부득이하게 SM5의 디자인을 의도적으로 격하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세대 SM5 초기형의 원형 그래픽 테일램프다. SM7은 원판 모델인 닛산 티아나의 수려하고 심플한 그래픽의 테일램프에 화려한 LED를 박아 넣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는데, SM5는 마치 초등학생이 그려놓은 것 같다며 테일램프를 SM7의 것 또는 애프터마켓 제품으로 교환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르노삼성 역시 이건 너무했다고 판단했는지, 2세대 SM5가 뉴 임프레션이라는 서브네임과 함께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할 때, 테일램프의 내부 그래픽과 후면 범퍼 디자인을 변경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턱주가리’라고 조롱이 이어지던 SM7과 같이 전면 오버행을 억지로 잡아 늘인 것 같은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다. 개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는지 전면 펜더의 금형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더 어색해진 프로포션은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뉴 임프레션부터 SM5에게 진짜 어두운 그림자가 닥친다.

사진 출처 = ‘DriveArabia’
사진 출처 = ‘DriveArabia’

예전만 못하다는 내구성
르노 샤프란은 또 뭐야?

SM5의 특장점이자 정체성에 가까웠던 내구성이 퇴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이어진 것이다. 일부 차주들은 뉴 임프레션부터 르노의 원가절감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다. 파워 고압 호스부터 시작해 LPG 모델은 헤드 변형 문제까지 떠안으며 내구성 짱짱했던 SM5의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울러 SM7과의 차별성 문제가 항상 SM5의 발목을 잡았는데, SM5 뉴 임프레션이 중동 시장 수출길에 오르며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화두가 된다.

르노 샤프란이라는 이름으로 중동 및 일부 국가에 수출되기 시작한 SM5는 말 그대로 껍데기만 SM5 뉴 임프레션이었고 동력계부터 실내 및 전장류가 SM7 뉴아트와 똑같았다. 안 그래도 SM5 뉴 임프레션으로 변경되며 내구성에 한 불만을 품었던 차주들은, 라인업을 위한 전략임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도 차별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이때 당시 2세대 SM5를 구매해 SM7으로 외관을 개조하는 차주들도 있었으니, 르노삼성의 샤프란은 되려 내수 소비자에게 목마름으로 작용했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사진 출처 = 네이버 카페 SM6 오너스 클럽 ‘프리미에르20’

확실히 예전만 못하네
이름부터 바꾼 SM6

3세대 L43 SM5부터는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르노의 중형 라인업인 라구나를 도입해 후면부를 2세대 티아나와 합쳤는데, 전반적으로 내장재 품질이 저하되었는지 적산 거리가 조금만 쌓여도 실내에 잡소리가 나며 CVT 미션까지 말썽이라는 평가였다. 그렇게 예전 SM5의 명성을 잃어버려 고심하던 르노삼성은 SM7과 SM5의 통합 후속 격인 차종을 기획하게 된다. 르노삼성은 이 차를 기획하며 개명을 추진하기에 일렀다.

그렇게 출시된 것이 르노코리아 SM6다. 2세대 SM7이 탈리스만이라는 이름으로 수출된 전적이 있는데, SM6의 수출명이 탈리스만인 것을 고려하면 르노삼성이 SM5와 SM7을 아우를 수 있는 상품성을 고심했다는 것이 엿보인다. 당시 SM6는 화려한 외관과 고급스러운 퀄팅을 잔뜩 두르고 밝은 색상의 실내를 앞세워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는데, 여기서 SM6에 바로 그늘이 진다. 다름 아닌 승차감 때문이었다.

사진 출처 = ‘Renault’
사진 출처 = ‘MyLife MyPlan’

해외와 다른 세팅
토션6, 조롱당하다

잠시 서스펜션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토션빔 방식은 주로 준중형 이하 차급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차축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토션 바에 트레일링 암이 결합된 구조다. 당연히 양 차축의 충격을 독립적으로 상쇄하는 멀티 링크 구조 대비 노면의 상태에 따른 승차감 저하가 일어날 수 있는 방식인데, SM6의 후 차축에 토션빔 방식이 적용되며 고급스러운 실내의 감각과 다르게 2열 승차감이 좋지 못하다는 악평이 줄을 이은 것이다. 심지어 SM6의 수출 사양인 탈리스만은 멀티 링크를 적용한 것도 모자라 후륜 조향 기능인 4-컨트롤까지 적용된 점이 내수 소비자를 더욱 화나게 했다.

이를 두고 르노삼성이 내수 시장에 의도적인 원가 절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며, 아예 일부 소비자 간에는 ‘토션6’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붙이며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일부 차주 층은 2열의 승차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기압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별반 다르지 않더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했었다. SM7이 염가형 준대형차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상 SM6가 르노삼성의 세단 라인업 이미지를 이끌어야 하는데, 르노삼성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 것이다.

사진 출처 = ‘번개장터’
사진 출처 = ‘당근마켓’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개선했다고 하지만 똑같더라

르노코리아는 SM6의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기존 지적되던 사항을 수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S-Link의 개선과 후륜에 하이드로 부싱 등을 적용해 승차감을 개선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는데, 직접 승차감을 느껴본 이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동시에 경쟁 차종이 풀체인지를 진행하는 동안, SM6는 트림의 단순화 또는 파워트레인 변경 등을 통한 소소한 변화만 진행한 것은 상품성과 판매량을 빠른 속도로 바닥나게 했다.

일반인의 LPG 차량 구매 제한이 해제되며 도넛 LPG 봄베를 장착한 SM6 LPE 사양에 관심이 쏠린 것도 잠시, 이에 질세라 현대차가 쏘나타 8세대 LPI에 도넛 탱크를 적용해 이마저 물 건너갔다. 내수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 닥친 SUV 열풍과 민망한 수준의 판매량에 밀려 SM6는 결국 단종의 길을 걸었다. 문제는 지난 2024년 11월 생산은 이미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도 르노코리아 홈페이지에 즉시 출고 재고가 꽤 많이 남아있는 굴욕까지 겪는 중이다.

사진 출처 = ‘우미카’
사진 출처 = ‘르노코리아’

창대하게 시작했지만
그 끝이 미약한 명차

르노코리아의 내수 시장 전략을 보고 있으면, 항상 뒷심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출시 초반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던 QM6는 이제 LPE 모델과 밴 사양인 QM6 퀘스트가 없으면 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염가형 SUV로 전락한 지 오래다. SM6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자동차가 사활을 걸고 만든 SM5의 후광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결국 판매량에 밀려 경쟁 차종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신 차종의 칵핏이 디지털화된 영향엔 SM6를 빼놓을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는데, 결과적으론 다사다난한 논란 이후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 르노코리아의 중형 세단 라인업이 아쉽다는 의견이다. SM6는 오로라 프로젝트 2를 통해 CUV로 시장에 다시 등장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이때는 이미 SM의 이름 없이 출시되는 것이 확정적이다.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인 르노코리아의 SM 시리즈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더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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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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