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스카니
잘 생기긴 했지만
생긴 것에 비해 느리다

현대차의 투스카니는 사실 스포츠카의 범주에 속하는 차종이 아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구별에 따르면 SLC (Sports Looking Car)다. 해석하면 스포티한 디자인의 자동차라는 뜻인데, 이 개념은 현대차가 스쿠프를 공개하며 도입되었던 카테고리다. 그런 투스카니가 외신이 선정한 ‘빨라 보이지만 느린 차’에 선정되어 굴욕을 맞았다.
투스카니는 사실 디자인에 있어 흠잡을 곳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차종이다. 과감하게 그려낸 캐릭터 라인은 2025년 현재에 보아도 세련된 이미지를 풍긴다. 당시 준중형 세단 라인업이었던 아반떼 XD의 언더바디를 이용해 개발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실히 정통 쿠페의 비율을 지키는 것도 멋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속도에 관해선 할 말이 많아진다.


공장에서는 느리고
공도에서는 빨랐다
투스카니는 말 그대로 공장에서는 느리고 공도에서는 빨랐던 차종이다. 투스카니는 전작이었던 스쿠프, 티뷰론과 마찬가지로 당시 스포츠카에 갈증을 느꼈던 수많은 자동차광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아울러 유선형의 티뷰론과 다르게 각을 치켜세워 한껏 남자다운 디자인을 뽐낸 투스카니는 당시 ‘멋진 오빠’상징같은 존재였다. 아반떼 XD와 공유하는 파워트레인이 빠른 속도를 보장하지 않았던 게 흠이었다.
하지만 출고된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하는 현대차그룹의 베타엔진이 탑재된 2,000cc 사양에서 특히 더 두드러졌는데, 엄청난 튜닝이 가미된 것이다. 당시의 튜너들은 소위 .8 세팅이라 부르는 커넥팅 로드 및 피스톤의 교환과 더불어 터보를 장착해 도로 위를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아울러 호환성 좋기로 소문난 현대차답게 높은 출력을 받아줄 EF쏘나타 택시 사양의 플라이휠 등을 조합하기도 했다.


상징적인 트림 존재한다
V6 2,700cc 엘리사
한편, 투스카니에는 상징적인 트림이 존재한다. 2,000cc 사양이 출고 이후 애프터마켓에서 마개조 되는 동안, 투스카니라는 이름을 빼고 ‘엘리사’라고만 부르길 원했던 V6 2,700cc 투스카니 엘리사 트림이 그것이다. 이는 그랜저 XG에도 적용된 현대차그룹의 델타 엔진이 적용된 트림인데, 6단 수동 변속기 사양을 제공해 6기통 쿠페라는 단비를 내려준 차종이다. 물론 추후 GTS2 사양에도 6단 수동 변속기가 추가되었지만 말이다.
2,000cc 베타 엔진 사양이 터보 튜닝의 무대였다면, 2,700cc 델타 엔진 사양인 엘리사는 슈퍼차저 튜닝의 무대였다. 실제 엘리사의 배기음은 순정 상태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 이어졌는데, 여기에 슈퍼차저 특유의 작동음이 더해지면 적당한 출력에 배기음까지 좋은 재밌는 쿠페가 되는 까닭이었다. 여기에 6단 수동 변속기의 손맛까지 더해지면 그 주행 감각은 꽤 일품이었다는 후문이다.


전륜이 무거워 흠이지만
그래도 한 획을 그은 모델
투스카니를 처음 느껴본 이들이 공통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전륜이 무겁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투스카니는 전륜 배치 전륜 구동 (FF) 형식의 스포츠 루킹 카다. 당연히 엔진과 구동축이 모두 전륜에 배치되어 앞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물론 그걸 잡아내는 것이 제조사의 할 일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시대에 그랜저보다 비싼 가격을 자랑했을 것으로 내다보여, 현실과 적절히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외신이 선정한 ‘빨라 보이지만 느린 자동차’에 드는 불명예를 얻긴 했으나, 투스카니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 남긴 연혁을 돌아보면 ‘한 획을 그은 차’라고 할 수 있겠다. 본격 터보 튜닝의 시작을 알린 차종이기도 했으며 해외에서 처음으로 인정받은 차종인 것이 그 이유다. 오늘날 도로 위에서 투스카니는 자주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투스카니는 당시의 빛나던 청춘들이 남긴 추억과 함께 가슴 속에서 살아있을 것이다.
자동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슈들
제보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 jebobox1@gmail.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