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아카디아 목격
최신 차종에 준하는 성능
진짜 부자들의 자동차
시대를 풍미했던 자동차가 있다면, 그 시대의 명차는 조금 다른 얘기다. 오늘 다뤄볼 차종은 후자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대우 아카디아를 말하는 것이다. 아카디아는 당시의 대우자동차가 고급 세단 시장에 진출할 목적으로 CKD 방식으로 들여온 세단이었다. 지금도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는 내구성이 좋은 것으로 유명한데, 아카디아가 판매되던 당시 국산차의 품질은 나빴던 때라 상대적으로 품질이 더 좋게 느껴졌을 것이다.
대우 아카디아는 ‘기술의 혼다’가 생산한 ‘레전드’를 조립 생산한 차종이다. 당연하게도 성능 역시 출중한 편이었는데, 최고속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당시로서 놀라울 수준인 시속 230km라고 전해진다. 게다가 조립만 한국에서 했을 뿐 부품은 모두 혼다의 것이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차량 가격도 비싼 편에 속했지만, 뉴그랜저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보다 스포츠 세단의 성향이 짙어 당시 진짜 부자들의 자동차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늘씬한 비율의 후륜 구동?
심지어 전륜 구동이었다
자동차의 비율은 ‘롱 노즈 숏 데크’가 아름다운 비율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륜으로 구동하는 차종은 그 구조상 롱 노즈 숏 데크를 실현하기 어렵다. 차대 앞부분에 엔진과 변속기, 구동축이 모두 응집되어 있어 오버행을 짧게 만들 수 없는 탓이다. 아카디아의 비율은 롱 노즈 숏 데크를 충실히 따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외관만 살펴봐서는 후륜 구동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카디아는 전륜 구동 승용차다. 예상할 수 있듯 그 구조가 매우 독특한데, 전륜 구동의 대부분은 엔진이 가로로 배치된다. 후륜 구동이 대부분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기 마련인데, 아카디아는 전륜 구동임에도 엔진을 세로로 배치했다. 게다가 프론트 미드십에 가까운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아카디아의 전륜 부위를 분해하면 알 수 있다. 쇼크업쇼버 마운트가 세로 배치된 엔진의 가운데쯤에 있다. 이런 구조를 취하면 생산 단가는 올라가지만,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모두 잡을 수 있다.
혼 커버에 각인된
일본의 숨결
보통 스티어링 휠 가운데, 혼 커버에는 자동차 제작사의 각인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아카디아는 여기서부터 이미 범상치 않았다. 당시 대부분의 해외 자동차 브랜드가 낯설던 시절, 혼 커버에 대우가 아닌 혼다의 프리미엄 전략 브랜드 ‘어큐라’를 각인한 채로 출고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어큐라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 단어 자체가 아카디아의 특별한 표식이라고 인식했던 웃지 못할 비화도 전해진다.
그렇다면 아카디아는 그냥 그대로 들여온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국산화율을 올린 의외의 대목이 있었다. 그 비밀은 극소수만 판매된 수동 변속기에 있었다. 대우 아카디아는 고급 세단을 표방함에도 자동 변속기 뿐 아니라 수동 변속기 트림도 판매했었는데, 여기 탑재된 수동 변속기가 대우중공업의 것을 적용했다고 한다.
지금 보기는 어렵지만
마주치면 상태가 좋다
아카디아는 상술한 바와 같이, 자동차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부품이 혼다의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혼다에서 서비스를 진행한다고 전해진다. 2025년, 일부 한국GM 부품 대리점에서 아카디아의 부품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국산 브랜드 대비 서비스 센터가 적을 수밖에 없는 해외 브랜드 특성상, 아카디아는 빠르게 도로 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렇지만, 도로에서 마주치는 아카디아는 십중팔구 상태가 좋다. 그 이유는 바로 아카디아를 운용하는 차주 본인이 아카디아라는 자동차 자체를 아끼고 좋아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을 들여 아낌없는 정비를 한 덕이라고 한다. 언젠가 관리가 잘 된 아카디아를 도로에서 마주친다면 격동의 1990년대 어디쯤, 아카디아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그 마음을 다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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