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리프트, 양날의 검
많이 바뀌었던 차종
어차피 자동차는 구형이 된다

모든 재화는 사는 순간부터 구형이 되기 마련이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트렌드는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가진 재화가 너무 크게 구형 티가 난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집이란 것은 인테리어를 할 수 있고 거주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지만, 자동차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재화라고 볼 수 있는데, 자동차는 완전 신차를 나오자마자 산다고 해도 길어야 3년이면 구형이 되어버린다. 보통 제조사의 모델 체인지 주기상, 출시 이후 2~3년 사이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되고 5~6년 차쯤 풀 체인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동차는 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이 구형이 되지만, 페이스리프트 때 너무 많이 바뀌어서 억울했던 차를 모아봤다.
현대차 그랜저 IG
쏘나타 뉴 라이즈
페이스리프트는 보통 금형의 수정이 이뤄지지 않은 때가 많았는데, 그 사실을 고려했을 때 그랜저 IG는 페이스리프트가 아닌 별개의 차종이 나왔다고 할 수도 있겠다. 휠베이스도 길어졌으며, 그에 걸맞게 C필러 오페라글라스의 형태도 달라졌다. 전 후면부는 전작을 떠올릴 수조차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으며, 실내는 기존 차주들이 욕할 정도로 개선되었었다. 당연하게도 기존 그랜저 IG 차주들은 비싼 개조 가격에 그냥 타거나, 지금 차를 팔고 신형을 다시 산다고 전해진다.
이 부분에서 쏘나타 뉴 라이즈도 한자리 차지한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LF 쏘나타에서 지적받은 부분을 수정해 출시되었는데, 4개의 도어는 호환되지만, 후측 펜더의 금형이 달라지고 전면부 역시 아예 탈바꿈 수준으로 달라져 개조할 수 없는 영역에 가깝다고 전해진다. 그나마 실내는 LF 쏘나타에서 뉴 라이즈로 개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에 씁쓸함만 느끼는 차주가 많다고 한다.
기아 뉴 쏘렌토 R
카니발 KA4 페이스리프트
기아의 뉴 쏘렌토 R은 디자인이 큰 폭으로 바뀌진 않았지만, 특별한 사례다. 바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플랫폼이 바뀌어버린 경우다. 기존 쏘렌토 R은 NF 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뉴 쏘렌토 R은 YF 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전해진다. 이로 따라 쏘렌토 R의 전기형과 후기형은 겉모습만 비슷하고 완전히 다른 자동차로 봐도 무방하다.
카니발 4세대도 많이 바뀐 모델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CNC가 적용되었으며, 전면부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되어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전면부와 후면부 모두 펜더의 금형이 다른 것으로 보이진 않아 많은 차주의 기대를 모았지만, 전면부는 가능해도 후면부의 트렁크 수치가 완전히 달라 개조보단 재구매를 추천한다는 곳이 많다.
금형 기술 좋아질수록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금형 기술이 좋아질수록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형 기술이 좋아질수록 저렴한 가격에 금형을 바꾸기 쉬워지며, 전기차로 모두 전환되기 전에 기존 내연기관 차종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차대를 가지고 최대한 신차 효과를 크게 내야 하므로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데, 이는 제조사로서 개발 비용을 절감하면서 모델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탓이다.
이렇게 페이스리프트와 기존 모델의 차이가 많은 차종을 모아봤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 현상과 더불어 현재 모빌리티 시장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인 가운데,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어떤 식의 페이스리프트 전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타는 차종의 페이스리프트가 많이 바뀌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모든 자동차는 언젠가 구형이 되고, 그렇지만 멋진 디자인으로 꼽히는 구형 모델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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