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라크루즈
모하비와 결이 다르다
S 엔진의 검증된 내구성

100만km, 실로 엄청난 수치다. 몇 년간 전국으로 출장을 열심히 다녀야 달성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적산 거리인데, 그런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차종은 정해져 있다. 그런 차들은 내구성이 검증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인데, 베라크루즈는 그중 하나다. 아울러 베라크루즈는 승차감이 꽤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형제 차종 격인 모하비와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사실 모하비와 베라크루즈는 결이 살짝 다를 수밖에 없는 게, 애초에 모하비는 프레임 바디의 정통 SUV에 더 가깝다. 베라크루즈는 승차감에 조금 더 이점이 있는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한 것과 더불어 내구성이 검증된 S 엔진 유닛을 얹어 더욱 장거리 출장이 잦은 직장인에게 사랑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베라크루즈가 감가에 감가를 더해 더 이상 떨어질 가격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차령이 높아졌다
그만큼의 적산 거리
중고차 시장은 신차 시장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띤다. 신차일 때는 높은 배기량에 큰 차체를 가지고 있는 차가 더 비싸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유지비 문제로 인해 높은 차급일수록 감가율이 높다. 베라크루즈는 판매 당시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였던 점과 더불어, 단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더 이상 감가 방어가 되지 않는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두기만 한 차가 아니라면, 차령이 경과할 수록 적산 거리도 늘어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더군다나 베라크루즈는 상술한 바와 같이 장거리 출장이 잦은 직장인 또는 사업가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탓에, 적산 거리가 많은 것도 감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적산 거리가 많아도 현대차그룹의 S 엔진 유닛은 6기통 3,000cc인 덕에 여전히 부드럽고 넉넉한 출력을 제공한다.
에쿠스와 비슷한 결
당대 최고의 SUV답다
그리고 베라크루즈엔 한 가지 특징이 더 있는데, 바로 당대 최고의 세단이었던 에쿠스 VI와 비슷한 결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에쿠스 VI는 유려하지만 두텁게 떨어지는 C필러 라인과 그 아래로 흐르는 캐릭터 라인으로 중후한 인상을 과시했는데, 베라크루즈 역시 C필러 라인 및 곡면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중후한 캐릭터 라인의 결이 비슷하다. 이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자랑한다.
비단 외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하비는 출시 직후부터 차급에 기대하지 않은 투박한 실내 감성으로 일부에게 비판받았는데, 베라크루즈의 칵핏은 페이스리프트 이전 에쿠스 VI와 매우 닮아있다. 클러스터와 동일 선상에 배치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양옆으로 배치된 사각형의 송풍구와, 그 송풍구를 수직으로 감싸고 있는 메탈그레인까지 에쿠스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모양새 덕에 고급 SUV라는 사실을 대놓고 표방한다.
그래서 가격이 얼마라고?
부담스럽지 않은 시세 형성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격은 어떨까? 유명 중고차 플랫폼에 베라크루즈를 검색하면 여러 매물이 존재하는데, 2007년에 출고한 적산 거리 200,000km 내외의 매물이 400만 원 초반의 시세를 형성한다. 여기에 인수 후 경정비 비용과 부대 비용을 합치면 500만 원 중반대에 베라크루즈를 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여기에 4기통 디젤과 격을 달리하는 부드러움의 6기통 디젤 엔진 감성도 얹을 수 있다.
베라크루즈는 최초 테라칸의 후속 격으로 기획되었지만, 테라칸보다 더 고급스럽고 도시에 가까운 콘셉트로 출시되었다. 비록 콘크리트 마니아 층이 있는 모하비에 밀려 역사 속에 잠들게 되었지만, 모하비와는 다른 부드러움, 팰리세이드와는 다른 야성미를 가진 베라크루즈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아직도 있다. 만약, 디젤은 타야 하지만 4기통 디젤의 소음과 진동을 피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지금 바로 베라크루즈를 검색해봐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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