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직도 굴러가?’.. 단종된 기아 비운의 명차, 실물 포착에 ‘깜짝’

기아 아벨라 목격
프라이드의 후속 모델
품질 문제 조금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은 소형차 붐이 한창이었다. 대중교통 중심이던 이동 수단의 패러다임이 서서히 개인 소유의 경차와 소형차로 이동하던 시기였는데, 기아 측은 자사의 대표 소형차였던 프라이드의 뒤를 이을 차세대 모델을 준비하게 된다. 그렇게 등장한 차종이 1994년 빛을 본 기아 아벨라였다. 프라이드의 후속 모델인 만큼 포드와 합작으로 개발되었는데, 그런 이유로 해외 시장에서는 포드 아스파이어/페스티바 로 판매되었다.

당시 기아는 아벨라를 통해 고급스러운 감각과 세련된 스타일을 강조했는데, 이는 톡톡 튀는 X세대를 표적으로 삼은 현대차 엑센트와는 상반된 행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는 것이 여기서 밝혀진다. 디자인은 한층 세련되어졌지만, 핵심인 내구성과 품질 면에서 프라이드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력 성능까지 지적되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프라이드 개선형 플랫폼 사용
프라이드 명성을 잇지 못했다

아벨라는 기존에도 이미 잘 만들어져 있던 1세대 프라이드의 섀시를 이용해 개발된 차종이다. 프라이드와 마찬가지로 당시 포드와의 협업으로 개발된 만큼, 외관은 당시 기준으로 제법 세련된 느낌을 주었으며 세단과 5도어 해치백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해 젊은 소비자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둥글둥글한 라운드 형태의 디자인은 프라이드의 직선적 실루엣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였다.

엔진 라인업은 1,300cc급과 1,500cc급 가솔린 엔진이 주력이었으며, 4단 자동 변속기와 5단 수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출력은 당시 소형차 기준으로 무난한 수준이었고, 연비도 평균 수준 이상을 기록했지만, 문제는 주행 중 느껴지는 차량의 완성도였다. 정제되지 못한 서스펜션 세팅, 빈약한 NVH 설계, 프라이드 대비 뒤떨어지는 동력 감각 등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됐고, 프라이드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점점 굳어지게 됐다.

경쟁자는 진화했지만
기아의 딜레마를 증명했다

아벨라의 가장 큰 문제는 프라이드 대비 모든 면에서 이점이 없다는 소비자 평이었다. 기아가 아벨라에 많은 기대를 걸었음에도, 실사용자 사이에서는 프라이드의 견고함과 단단한 조립 품질이 더 우수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1세대 엑센트가 회심의 독자 플랫폼과 톡톡 튀는 디자인, 차급에 맞게 경쾌한 주행 질감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아벨라는 디자인은 세련됐지만, 내실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IMF 직전까지 기아자동차는 무리한 라인업 확장으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에 따라 아벨라의 품질 관리는 더욱 미흡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심지어 수출용 모델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볍고 싼 티 나는 차로 평가되며 조기에 단종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결국 아벨라는 ‘델타’ 등을 등장시키며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자 노력한 것이 무색하게 1999년 초라하게 단종되고, 그 자리는 리오가 이어받게 된다.

아벨라는 왜 기억되지 못했나
세그먼트가 갖춰야 할 소양

프라이드는 국민 소형차로 자리매김하여, 단종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2세대를 통해 화려한 부활까지 했다. 반면 아벨라는 그 짧은 수명과 부족한 완성도, 그리고 시대적 운까지 겹치며 히트하지 못한 차종으로만 남게 되었다. 기아로서는 프라이드를 이을 후속으로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전 모델의 후광을 등에 업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프라이드의 인기가 식지 않아 선행 차종임에도 후속 아벨라와 병행 생산되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현재, 아벨라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모델이다. 한때는 포드 브랜드로 미국 땅을 밟았고, 소형차의 터줏대감이었던 프라이드와 그럭저럭 순항을 이었던 리오를 잇는 가교였으나 결과적으로는 기아의 반면교사쯤으로 역사 속에 잠들어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아벨라가 있었기에 기아는 소형차 상품성을 진보시킬 수 있었고, 리오를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소형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벨라는 실패였지만 기아에게는 값진 교훈으로 남아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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