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2도어 쿠페
다루기 수월한 전륜구동
그 찬란한 역사는?
한때 대한민국 도로 위를 수놓았던 국산 2도어 쿠페 차량들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자취를 감췄지만, 당시엔 젊은 소비자들의 로망이었고 국산차 시장의 숨은 도전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들이었다. 특히 전륜구동 쿠페는 경쟁 속에서도 각기 다른 개성과 존재감을 뽐냈다. 그 시작은 현대차의 스쿠프로, Sports Looking Car라는 장르를 개척한 수준의 혁신적인 차였다.
물론 그들은 정통 스포츠카만큼의 퍼포먼스를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실용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한 대중형 쿠페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전륜구동 쿠페는 그 시대 한국차 디자인이 얼마나 대담해질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 산증인이기도 하다. 지금 이들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쿠페가 사라진 시대에 다시금 쿠페란 무엇이었는지 되새겨보기 위함이다.
포르테 쿱과 아반떼 쿠페
한쪽은 성공, 한쪽은 대실패
2009년 등장한 기아 포르테 쿱은 대한민국 최초의 콘셉트카를 그대로 옮겼다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단순한 포르테의 변형이 아닌, 프레임리스 도어를 중심으로 측면 디자인부터 후면 리어까지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었다. 1,600cc급 감마 엔진부터 2,000cc 세타 엔진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으며, 특히 수동 변속기 모델은 마니아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외관의 날렵한 캐릭터 라인과 특유의 낮은 실루엣은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2013년에는 아반떼 MD의 쿠페형 사양이 등장했는데, 이 모델은 세단과의 차별성이 너무 부족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C필러 윈도 라인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이미 세단의 디자인이 파격적인 수준이라 그마저 실패했다. 전면부와 후면부에도 세단과 다른 디테일을 추가했지만 매우 미미한 수준의 변화라 현재 남아있는 개체는 유니콘 급의 희귀성을 자랑한다.
2도어 쿠페 투스카니
엘리사는 환호받는 수준
2도어 전륜구동 쿠페 하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 있다. 바로 2001년 현대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투스카니다. 티뷰론의 후속으로 등장한 이 모델은, 그 당시로선 쿠페의 정석을 그대로 실현한 차량이었다. 길고 낮은 보디, 두툼한 C필러, 근육질을 묘사하는 듯한 두툼한 리어 펜더 등은 유럽차 못지않은 역동성을 자랑했다. 기본적으로는 전륜구동 플랫폼이었지만, 스포츠 주행을 고려한 섀시 밸런스와 롤이 적은 서스펜션 세팅이 강점으로 꼽혔다.
특히 2,700cc급 6기통 델타 엔진과 6단 수동 변속기를 조합한 엘리사는 마니아층의 환호를 받았다. 물론 진정한 스포츠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대한민국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선택지였다는 점에서 지금도 투스카니 엘리사를 회자하는 마니아층은 존재한다. 외관 디자인 역시 시간이 지나도 크게 촌스럽지 않으며, 신형 개조 역시 수월한 편이라 중고차 시장에서 여전한 감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스포츠 루킹 쿠페는 사라졌지만
그들의 용기는 여전하다
전기차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현재는 전륜 구동 2도어 쿠페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울러 SUV가 대세의 흐름을 타고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되면서 쿠페는 점차 브랜드 포트폴리오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하며 감성을 중시하던 낭만 넘치는 차량들은 지금도 중고 시장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른 시일에 다시 이런 차들이 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들이 보여준 도전정신과 과감한 디자인은 충분히 기념할 가치가 있다.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전륜 쿠페는 분명히 존재했고,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누군가에게 이들은 여전히 가장 멋진 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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