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아빠들의 드림카 ‘무쏘’
단 1년 동안 팔린 모델 있다?
존재조차 모르는 게 대부분

국산차 제조사들 중 격동의 역사를 겪은 곳을 꼽아보자면 KGM(구 쌍용차)을 빼놓을 수 없다. 해당 업체는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에서 시작해 나름 현대차, 기아를 견제하는 주류로 자리 잡았다가 수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통째로 휘청인 적도 있었지만, 비교적 최근인 2022년 KG그룹 산하에 인수된 후로는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
KGM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빛났던 모델로는 무쏘, 코란도 등이 언급된다. 특히 무쏘의 경우 약 1년 동안 타 회사의 로고를 부착한 채 판매된 적이 있었다는데, 짧았던 판매 기간만큼 실물을 보기도 굉장히 어렵다고. 존재를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는 해당 무쏘의 정체는 무엇일까?


잠시 대우차에 흡수된 쌍용차
대우차 디자인 억지로 끼웠다
놀랍게도 대우자동차(현 한국GM)는 짧게나마 무쏘 차량을 판매한 적이 있었다. 때는 IMF 외환 위기의 영향으로 국산차 업체들도 쓰러져가던 1998년, 부도 위기에 처한 쌍용차는 대우차에 인수되며 겨우 명줄을 이어 나갔다. 당시 대우그룹 역시 위태로운 상황이었음에도 쌍용차를 인수한 건 쌍용차가 보유한 모든 설비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는 협상 조건이 타결된 결과였다.
이후 대우차가 벌인 일은 기존 쌍용차 라인업에 자사의 엠블럼과 새 패밀리룩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쌍용차 플래그십 SUV였던 무쏘 또한 예외는 없었다. 디자인의 경우 대부분 원형을 유지했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은 대우차 특유의 3분할 디자인이 적용됐다. 당시 소비자들은 대부분 기존 디자인이 좋았다며 3분할 그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원가 절감의 결과도 처참했다고
쌍용차에겐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점은 따로 있었다. 대우차로 건너오는 과정에서 이미 말 많았던 품질 수준이 더욱 저하됐던 것이다.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인젝션 펌프의 경우 이전에는 독일 보쉬(Bosch)사 부품을 사용했으나 대우차는 원가 절감을 위해 국산 부품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해당 부품의 단가는 1/3 수준으로 절감했지만, 품질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특히 엔진 라인업 중 엔트리급에 해당하는 2.3L 사양의 경우 이로 인한 진동 문제가 보닛을 흔들리게 할 만큼 심각했다고 전해진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대우차 시절에 생산된 무쏘는 다들 기피했을 정도라고 한다. 다행히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무쏘는 기존의 디자인과 설계로 복귀했는데, 대우차에 학을 뗀 쌍용차는 “쌍용차가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는 카피의 광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체어맨에도 3분할 그릴 적용
이스타나는 아직도 포착된다
이 외에도 대우차 엠블럼을 붙인 체어맨, 코란도, 이스타나 등이 존재했다. 체어맨에도 3분할 그릴이 적용됐는데, 시장 반응이 무쏘의 경우보다 나빴다고 한다. 앞서 대우차는 자사 중형 세단 ‘레간자’에 해당 디자인을 적용한 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체어맨이 레간자의 상휘 호환이 된 격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대우차 시절 체어맨 차주들 사이에서 쌍용차 그릴 부품을 구해 디튠하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편, 이 모든 일이 약 1년 동안 이뤄졌기에 대우차 엠블럼을 붙인 쌍용차의 개체는 압도적으로 적은 편이다. 세월이 지난 현재는 당대의 국산차 대부분이 폐차, 수출된 만큼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괴물 같은 내구성으로 유명한 이스타나의 경우 대우차 시절 개체가 간혹 포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슈들
제보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 jebobox1@gmail.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