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서자 취급 받았던 기아
요즘 들어 꾸준히 승승장구 중
이토록 잘 나가는 비결, 뭐길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오랜 시간 판매 1위를 유지한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였다. 반면, 기아 브랜드는 같은 그룹 내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현대에 밀린 ‘서자’ 취급을 받았으며, 실제로 현대차가 더 많은 개발 자원과 기술을 우선 적용받는 구조가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예를 들어, 그랜저에는 적용된 사양이 K7에는 빠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를 통해 암묵적으로 현대차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장 판도는 점차 변화하고 있다. 기아는 이제 현대를 제치고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하는 경우가 잦아졌으며, 일부 세그먼트에서는 확실한 1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쏘렌토, 스포티지, 셀토스와 같은 SUV 라인업은 동급 현대차 모델을 압도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때 ‘현대차가 곧 국산차의 기준’이었던 시장 인식도 점차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자인 부분에서
기아가 더 낫다는 평가
이 같은 변화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는 ‘디자인’ 전략의 차이이다. 기아는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한 이후 디자인 혁신을 본격화했고, 이 흐름이 이후 지속되며 브랜드 정체성과 상품성 모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파격적”이라는 이름으로 과감한 실험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디자인 퇴보라는 혹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쏘렌토와 싼타페의 사례를 비교하면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도입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으며, 디자인 역시 대중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후 등장한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기존보다 못생겼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외면받았고, 이는 판매량에도 영향을 주었다.
쏘나타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초기 풀체인지 모델은 신차 효과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이후 3세대 K5가 출시되면서 디자인 비교에서 밀리며 판매량이 급감했다. 다만, 최근 쏘나타 디 엣지(페이스리프트) 출시 이후에는 디자인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택시 모델의 재출시로 인해 다시 K5를 앞서는 판매량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리아, 그랜저, 코나 등 다른 라인업에서는 여전히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전략을 잘 짜는
최근 기아의 모습
두 번째 이유는 기아가 현대차를 넘어서기 위해 철저한 전략을 세웠고, 그 전략이 소비자에게 정확히 먹혀들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디자인 전략 역시 기아의 전략적 선택 중 하나이며, 기아는 현대차와 유사한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감성적 요소에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지속해 왔다.
기아는 또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확장에도 적극적이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친환경 인증 지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사후 지원을 약속하고 출시를 강행했다. 이로 인해 쏘렌토는 출시 직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최대 2년 대기까지 발생했다. 반면 현대차는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후에도 1년 이상 지나서야 하이브리드 트림을 추가하는 등 전략적 민첩성이 부족했다.
이 외에도 카니발은 승용차 감성을 반영한 MPV로 재해석되어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박스형 경차 레이는 실용성을 앞세워 2011년 출시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수요가 낮은 픽업트럭 시장을 겨냥한 ‘타스만(Tasman)’도 출시 예정에 두고 있어, 기아는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해 세그먼트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하는 모습
물론 기아 역시 완벽한 브랜드는 아니다.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품질 결함 문제다. 기아와 현대차가 많은 부품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에서 발생하는 결함 문제가 기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사후 서비스(AS)와 품질 대응력에 대한 불만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아는 SUV 부문에서는 확실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세단 시장에서는 여전히 현대차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현대차의 세단 라인업은 오랜 기간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며 시장을 장악해 온 반면, 기아의 K시리즈(K3, K5, K8, K9)는 상대적으로 브랜드력이 약한 편이다.
예를 들어, 3세대 K5는 출시 초기에는 큰 호응을 얻었지만, 이후에는 쏘나타 디 엣지에 밀려 판매 우위를 내주었다. K8은 그랜저 GN7의 출시 이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K9은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SUV가 대세인 시장에서도 세단 수요는 여전히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아는 세단 부문 강화에도 일정 수준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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