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수석 디자이너
요제프 카반이 직접 디자인
고스트와 닮은 로위의 ‘펄’

고급 브랜드와는 거리가 있던 중국 로위(Roewe)가 상하이 오토쇼에서 뜻밖의 야심작을 공개했다. SAIC 모터 산하의 로위가 전 롤스로이스 수석 디자이너 요제프 카반(Josef Kabaň)을 앞세워 선보인 이 차량의 이름은 ‘펄(Pearl)’. 외관만 보면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미래지향적인 기술이 결합된 럭셔리 전기 세단이다.
놀라운 점은 이 ‘펄’이 고작 10만 위안(약 1,900만 원) 수준의 가격대에서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서민용 롤스로이스”라는 농담이 돌고 있으며, 그 파급력은 SAIC의 브랜드 전략까지 뒤흔들고 있다.
롤스로이스 디자이너 제작
고스트가 떠오르는 디자인
‘펄’은 단순한 콘셉트카가 아니다. 프레임리스 구조의 코치 도어(수어사이드 도어), 전자식 사이드미러, 숨겨진 A·D필러와 곡선 중심의 차체 실루엣까지, 전통적인 롤스로이스 고스트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다. 전면부에는 굵은 LED 스트립과 발광형 로위 로고가 강조되며, 후면부 디자인도 전면과의 조화를 고려한 세련된 구성이 인상적이다.
요제프 카반이라는 이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부가티 베이론, 스코다 옥타비아, 롤스로이스 고스트까지 유럽 프리미엄 모델 디자인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그가 SAIC에 합류해 ‘펄’을 직접 설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차량이 단순한 실험작이 아님을 증명한다.
실내 역시 독립 4인 좌석, 타원형 스티어링 휠, 대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뒷좌석 전용 수납 테이블 등, 고급 플래그십 세단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여기에 전면 유리와 측창에 금빛 스트라이프가 둘러져 있어 시각적 고급감까지 더했다.
천만 원대의 예상가?
보급형 브랜드의 반란
가장 충격적인 포인트는 ‘펄’의 예상 판매가다. 로위는 전통적으로 중국 내에서 10만 위안(약 1,900만 원) 전후의 보급형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해왔으며, 이 콘셉트도 브랜드 정체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스트와 유사한 외관을 갖춘 전기 세단이 수입차 가격의 약 30분의 1에 출시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중국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300만 위안짜리 고스트와 10만 위안짜리 펄, 일반 소비자는 구분조차 못할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디자인 표절 논란과는 별개로, 중국 브랜드가 자국 소비자 취향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로위는 이미 D7 EV, D7 PHEV 등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주행거리 성능을 입증하며 기술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펄’은 이러한 기술 기반 위에 고급 디자인을 얹어, 보급형 브랜드로서는 전례 없는 프리미엄 전략을 시도하는 것이다. SAIC는 과연 로위를 MG, IM과는 또 다른 고급 라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이제는 “싸고 멋진 차”가 중국 브랜드의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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