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실버존’도 단속한다
노인보호구역 44곳 집중 정비
방심했다가 과태료 두배 폭탄

경상남도가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경남도는 올해 총 29억 원의 세금, 예산을 투입해 도내 13개 시군에 걸친 노인보호구역 44곳의 교통안전시설을 전면 정비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노인 교통사고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현실 속에서,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마련된 것이다.
이번 개선 사업은 표지판 정비에 그치지 않는다. 과속방지턱 설치, 미끄럼방지 포장, 스마트 속도 표시기, 무인단속 장비, 방호울타리 보강 등 노인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하드웨어 강화가 함께 추진된다. 남해군 9곳, 진주시 5곳, 고성·창녕군 각 4곳, 창원시 3곳 등 지역별로도 균형 있게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29억 세금 쏟는다지만
노인보호구역 사고 여전해
노인보호구역은 도로교통법 제12조의2에 따라 교통약자인 고령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구간이다. 일명 ‘실버존’이라 불리는 이 구역은 경로당, 노인복지관, 전통시장 등 노인 유동 인구가 많은 도로를 중심으로 설정되며, 제한속도 30km를 원칙으로 한다. 서울 기준으로만 해도 178곳이 지정돼 있고,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비해 실버존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운전자 다수는 노인보호구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이나 단속기준에도 익숙하지 않다. 청각과 시각이 둔해진 고령자들의 반응 속도를 고려하면, 실버존은 단지 규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최근 사례를 보면, 황색 신호에서 교차로를 빠르게 빠져나갔다가 노인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일반도로보다 두 배 가까운 과태료를 부과받은 운전자도 있었다. 일부 구간은 신호등이 없고, 어르신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서행과 일시 정지는 필수다. 급제동이나 경적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권고다.
실버존에선 과태료 두 배
자동차 보험료 할증까지
일반도로에서의 속도위반이나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승용차 기준 각각 4만 원 수준이지만, 실버존에서는 8만 원으로 두 배에 달한다. 신호위반이나 불법 U턴 등 교통법규 전반에 대해 동일하게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노인보호구역 내에서 속도위반을 1회 이상 저지른 경우에는 자동차 보험료가 5% 이상 할증된다. 2회 이상 반복 시에는 최대 10%까지도 인상되며, 이는 실질적인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고령자일 경우 운전자에게 더욱 무거운 책임이 부과된다.
경상남도의 이번 대대적인 개선 조치는 단속을 위한 단속이 아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현실에서, 이제는 고령자에 대한 배려가 법률적 의무이자 시민의식의 기준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언젠가는 나도 실버존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운전자가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보호구역은 선택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번 경남도의 개선 사업은 제도적 보완의 출발점일 뿐이며, 결국 그 실효성은 운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 변화에 달려 있다. 이제는 단속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키는 운전 문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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