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60 판매 부진
화려했던 프리미엄 전기차
KGM 코란도보다 안 팔렸다?
한때 프리미엄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의 상징 격이었던 제네시스 GV60이 현실에선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기록한 판매량은 고작 171대. 분기 실적도 아닌, 무려 4개월 누적 수치다. 고급 브랜드의 전기 CUV로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첫 등장과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
놀라운 것은 비교 대상이다. 최근 몇 년간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KGM의 코란도조차 같은 기간 GV60보다 더 많은 대수를 판매했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주력 전기차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단순한 인기 저조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부터 잡음 났던 프리미엄
아이오닉 5와 너무 유사하다?
GV60은 E-GMP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다. 하지만 출발부터 논란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ICCU 고장 이슈다. 출고 이후 충전 불량, 시스템 오작동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졌고, 이에 따른 잦은 서비스센터 방문과 수리 대기가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졌다. 전기차 특유의 충전 편의성을 기대했던 소비자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또한 외관과 실내 구성, 기본 설계까지 아이오닉 5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점도 구매를 망설이게 만든 요인이다. 가격은 더 비싸지만, 차별화된 가치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위 브랜드 모델과의 간섭은 프리미엄 제품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내 마감이나 주행 감각에서 일부 개선된 점은 있었지만, 브랜드 팬층이 아닌 이상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뚜렷한 색 없는 제네시스
마그마 라인업이 돌파구 될까
GV60은 제네시스 브랜드 중에서도 유독 뚜렷한 색깔을 갖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G90, G80, GV80처럼 존재감이 확실한 모델과 달리, GV60은 디자인, 퍼포먼스, 상품성 어느 부분에서도 강하게 각인되는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커뮤니티와 포럼을 중심으로는 “그냥 전기 아이오닉 5의 제네시스 버전”이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고급 전기차의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흐름을 뒤집을 가능성으로 거론되는 것이 GV60 마그마다. 제네시스가 준비 중인 고성능 서브 브랜드 마그마 라인업의 하나로, GV60의 고출력 모델이 예고된 바 있다. 전기차 특유의 응답성과 마그마의 전용 튜닝 사양이 더해진다면, 주행 성능과 개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이오닉 5N이 시장에서 호평받은 것을 대비해 봤을 때 더욱 기대가 커진다.
전기 제네시스의 위상 어디로?
리브랜딩 필요할 것으로 예상
GV60의 판매 부진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갖는 위상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고급 브랜드는 단순히 비싼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가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GV60은 그 이유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전동화 전환의 초입에서, 제네시스가 GV60이라는 모델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문제를 보완한 리프레시가 아니라, 본질을 재정의하는 리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다. GV60 마그마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는, 향후 몇 개월 안에 확인될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