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인기 얻는 캠핑 시장
50년째 현역이라는 이 차
중고차도 없어서 못 살 지경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아웃도어 활동, 특히 차박 캠핑이나 글램핑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다. 그전까지만 해도 캠핑카는 특장 업체를 통해 제작되거나 카라반을 끄는 방법뿐이었으나 이제는 완성차 제조사들도 캠핑카 전용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스타리아, 포터 2의 캠핑카 사양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글램핑 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반 세기 앞서 이러한 특화 모델이 판매된 바 있다. 특히 제너럴 모터스(GM)가 1973~1978년 생산했던 GMC 모터홈은 오늘날 잔존 개체가 무려 70%에 달한다고. 캠핑카의 교과서나 다름없다는 평가와 짧은 판매 기간이 희소성을 더한 결과로 당시 12년 안팎이었던 차량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캠핑카는 일단 못생겼다고?
편견 깨고 실용성도 챙겼다
당시 GM은 레저용 차량(RV) 시장의 리더보다는 패스트 팔로워에 가까웠다. 이미 RV 수요가 폭증하고 있었고, 한발 늦게 진입한 GM은 레드오션 속에서 디자인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동시대에 판매되던 캠핑카 모델들은 트럭의 차체에 박스형 캐빈룸을 얹은 형태였다. GMC 모터홈은 클래식한 감성을 챙기면서도 RV 특유의 투박한 비주얼을 최소화해 최초 공개 직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GMC 모터홈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구조까지 갖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당시 드물었던 전륜구동 방식을 선택해 리어 액슬과 프로펠러 샤프트를 과감히 생략했고 이는 캠핑카 모델의 생명인 공간 확장으로 이어졌다. 실내 바닥 높이가 지면으로부터 350mm 수준에 불과해 승하차가 한결 수월한 것도 덤이었다.
낭만 넘쳤던 고배기량 V8 엔진
고급 가전, 다양한 선택지 제공
전륜구동이지만 기름값이 저렴했던 당시 시대상에 걸맞게 7.5L V8 자연흡기 엔진을 얹어 캠핑카 치곤 풍족한 주행 성능을 자랑했다. ‘로켓 엔진’으로 명명된 해당 파워트레인은 같은 전륜구동 방식의 올즈모빌 고급 쿠페 ‘토로나도’와 공유되었다. 차체 길이는 23피트(약 7.0m), 26피트(약 7.9m) 등 두 가지로 판매됐다. 레트로 감성 넘치는 그린, 옐로우 계열 외장 색상과 사양에 따라 4~11가지의 다양한 바닥 배치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특히 냉장고를 비롯한 일부 장비는 그 시절 GM 산하의 가전 브랜드 프리지데어가 공급했다. 이 밖에도 안정적인 주행과 승차감을 위해 4개의 보조 후륜, 에어 서스펜션 등 고급 사양이 아낌없이 탑재됐다. 전후면 유리와 3쌍의 측면 유리는 모두 널찍한 면적으로 여행길에 어울리는 풍광을 제공했다.
중고 가격이 신차의 3배?
50년 넘어도 정비 문제없어
비록 출시 5년 만에 후속 없이 단종됐지만 GMC 모터홈을 따라잡는 구성의 캠핑카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50여 년이 지난 현재 GMC 모터홈이 중고차 시장에 등장했다 하면 신차의 3배 이상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페이스북에는 해당 차종을 주제로 한 커뮤니티 그룹이 있는데, 회원 수만 1만 6천여 명이라니 얼마나 두터운 팬덤을 유지 중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 전역에서는 GMC 모터홈 정비와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많아 오래된 연식에도 불구하고 유지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숙소 예약 없이도 어디든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캠핑카의 존재, 1970년대는 물론 지금도 그 낭만을 꿈꾸는 이들은 여전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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