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출 연체 3.1%
카드 대란 수치 근접해
애플페이 확산 수수료 증가

지난해 국내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과거 ‘카드 대란’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카드 업계는 최근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애플페이 도입 확산 기조에 따라 해외로 나가는 수수료가 상승하고 효자 수익원 역할을 해왔던 카드론의 취급이 제한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내수 부진과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이용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의 비율 역시 증가했다.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3.1%를 기록해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발생했던 2004년 4.1%를 기록한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알려져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연체율 3년 연속 상승세
카드론에 수요 몰려
해당 수치는 카드 사업을 분사한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여전히 카드 사업을 겸영하는 은행(지방은행 포함)이 대상으로 집계됐다. 즉, 일반은행에서 카드론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하루 이상 원금을 연체한 비율을 집계한 것이다. 조사 결과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2021년 1.8%에서 2022년 2%로 오른 뒤 2023년 2.8%, 지난해 3.1%까지 오르면서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
또한, 일반은행과 특수은행(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포함한 전체 은행의 카드대출 작년 연체율은 1.9%로 이 역시 2022년부터 3년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두고 지속되는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22년 2.7%, 2023년 1.4%, 작년 2.0%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올해 역시 1% 중반이 예측되는 등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이 굳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등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출 연체율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대출의 경우 은행 일반 대출과 비교했을 때 금리가 높다.

카드론 잔액 42조 원
2027년 ROA 1.1%
이에 따라 신용 점수가 낮은 서민들이 신용카드 대출을 주로 찾고 있으나, 경기가 악화하면서 연체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회사들(KB국민·신한·하나·우리카드)의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대출 연체율은 2023년 1.03%에서 작년 말 1.31%로 증가했다. 이 기간 신한은 1.45%에서 1.51%로 상승했으며, 하나는 1.67%에서 1.87%로 상승, 우리는 1.22%에서 1.44%로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카드론과 같은 고금리 카드대출 서비스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도 발생했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1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7,30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급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률 역시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여신 금융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카드사 경쟁환경 변화와 향후 전망’에 따르면 2009년 4%였던 카드사의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해 1.3%까지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24년 말에 결정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2027년 ROA가 1.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애플페이로 수수료 증가
카드사 여력 부족해
또한, 정부가 카드론 같은 대출 사업 규제에 나서면서 카드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당초 카드사의 수익을 도맡아왔던 카드론이 막힐 때 카드사들은 가장 큰 수입원을 잃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금융 당국이 카드사에 대한 규제 완화와 산업 육성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애플페이의 확산으로 인해 카드사가 해외에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약관 변경 승인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과 더불어 향후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올해부터 2029년까지 약 8,000억 원 규모의 수수료가 애플과 비자·마스터카드 등에 지급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어지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여력이 부족한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국내 카드사들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지난 12년간 최소 9조 2,700억 원, 많게는 25조가량의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카드 수수료 인하 여파가 본격화한 2014년 2조 1,955억 원이었던 전업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에도 2조 5,823억 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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