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한화솔루션에 손배소
스팀 공급 계약 차질 주장
그룹 내 긴장감 고조시킬 수도

한화그룹은 지금 연일 호재를 올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 덕분이다.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유럽 방위비가 증액됐고, 방산과 조선 관련주인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의 주가도 상승했다. 반면 화학·에너지 관련주인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의 경우 2024년 3분기까지만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이런 와중 한화에너지가 한화솔루션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8월 한화솔루션을 상대로 147억 7,5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한화솔루션이 지난 2020년 새로운 사업으로 추진한 고순도 크레졸과 관련되어 있다. 고순도 크레졸은 헬스케어, 합성향료, 농화학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다.

고순도 크레졸 공장이 원인
스팀 열 공급 계약 불이행
한화솔루션은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하에 1,200억 원을 투입해 2023년 6월 공장 건립을 완료하고 연간 3만 톤의 고순도 크레졸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산 안전성 등에서 설비 보완이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인해 추가 투자가 계속해서 미루어지면서 가동 시기 또한 미지수로 돌아가게 됐다. 한화솔루션의 크레졸 공장 건설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너지의 경우 해당 공장에 스팀 열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공장 가동이 계속해서 미루어지면서 공급이 지연되면서 계약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에 한화에너지 측에서는 지연된 기간만큼 매출에 손해를 보게 됐다며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한화솔루션은 화학과 신재생에너지 주력 사업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조 3,940억 원, 영업손실 3,002억 원을 기록했다.
재무 건전성 또한 위협받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부채는 19조 4,300억 원으로 전년(15조 5,100억 원) 대비 25.3% 증가했다.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역시 불안정한 상태다. 지난 3년간 부채비율은 2021년 144%, 2022년 141%, 2023년 172%로 점차 악화하고 있다. 유동비율도 안정적 수치인 ‘200%’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유동비율은 전년 대비 19.2% 감소해 93%에 그쳤다.

한화솔루션 부담 가중
준법 경영 차원에서 적법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다른 계약 업체들과의 추가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지적하며 한화솔루션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번 소송이 자칫하면 ‘팀 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에 이번 계열사 간 법적 분쟁이 그룹 내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이 전량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만일 한화에너지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화솔루션의 실적을 악화시키며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화에너지 측에서는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 준수와 준법 경영 차원에서 소송이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관계사 여부를 떠나 계약 미준수에 따른 손해가 발생해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며 “준법 경영 차원에서 적절한 절차”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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