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9 2세대 중고차
2,000만 원 초반 시세
G90과 플랫폼 공유한다

둘째에겐 말 못 할 서러움이 있다. 둘째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첫째에 밀려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좋은 건 첫째에게 몰아주고 둘째는 첫째가 쓴 것을 물려받는 경우가 있다. 가족 관계 얘기가 아닌 현대차그룹 얘기다. 그래서인지 기아는 항상 중형급 차종에선 맏형 현대차보다 나은 상품성과 판매 실적을 과시하지만, 유달리 준대형 세단 그랜저급 이상의 세그먼트에서는 현대차에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기아 브랜드도 역사가 깊은 브랜드로서, 플래그십 세단은 있기 마련이다. 예전 포텐샤부터 엔터프라이즈를 거쳐 오피러스를 지나온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K9이 그것이다. 오늘은 기아의 K9 중고차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동급의 제네시스 G90 모델 대비 시세가 무려 900만 원에 달하는 차이가 나 가성비 대형 세단으로 중고차 시장에선 없어서 못 사는 때도 있다고 한다.


115,000km 적산 거리
차고 넘치는 고급 옵션
우선 시세부터 확인해 보자. K9과 같은 대형차는 주로 임원 또는 ‘높으신 분’들의 출장용으로 쓰이는 때가 많아 중고 매물의 적산 거리가 대부분 많고, 제조사는 이를 알기에 내구성 측면에서 매우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 타기 위해서 200,000km가량 주행해 온갖 소모품 교환이 필요하거나 잔고장 확률이 높은 매물이 아닌 150,000km 이내의 매물을 검색해 봤다.
약 115,000km의 거리를 주행한 K9 2세대가 2,000만 원 초반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매물이 검색되어 적산 거리 100,000km 초중반 매물은 시세 자체가 2,000만 원 초반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아 셀토스 최저 등급이나 경차인 현대 캐스퍼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그렇다고 해서 옵션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기본, 대화면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전자식 기어노브 등 호화 사양이 눈만 돌리면 보인다.


운 좋다면 밝은 내장 색
차원이 다른 고급감
예전과 달리 국산차의 만듦새가 좋아지고, 소재가 좋아지면서 예전보다 밝은 색상의 실내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K9 2세대 초기형은 출시 직후에도 실내 디자인이 매우 고급스럽다는 평가가 있었고, 밝은 내장 색상은 화사하기까지 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밝은 내장 색상을 품은 매물이 꽤 많아 운이 좋다면 원하는 매물이 밝은 실내를 품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고차 시세가 2,000만 원 초반으로 급락했지만, 신차 시절엔 6,000만 원 이상의 고가를 자랑하던 차였던 만큼 여기저기 고급스러움이 잔뜩 묻어난다. 실내에 폭 넓게 둘렀지만, 노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우드그레인부터 외관 곳곳에 크롬으로 배치한 포인트는 한눈에 봐도 플래그십 세단임을 표방한다. 아울러 고급차의 상징인 아날로그 시계가 송풍구 사이에 자리 잡아 눈길을 끈다.


당시 G90과 플랫폼 공유
세팅 비슷해 현재 가성비
제네시스 G90은 대한민국 최고의 고급 세단 모델로 자리매김했던 에쿠스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세단이다. 그런 G90의 플랫폼을 공유해 만든 차가 나쁜 만듦새를 자랑할 리 없었다. 6기통 특유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에 지금 타도 미끄러지듯 도로를 활보하는 K9의 승차감은 분명 고급 세단의 것이다. 2열엔 광활한 레그룸이 펼쳐지고 조금 높은 트림으로 올라가면 고스트 도어까지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술했지만 비슷한 트림과 비슷한 주행거리를 가진 제네시스 G90은 현재 약 3,000만 원에 가까운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 영역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G90은 다소 위압감 있는 디자인을 채택해 개인이 타기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고급 세단은 가족의 성향에 따라 패밀리카로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는 만큼, 2,000만 원 초반대로 체급을 낮춘 기아 K9 2세대의 중고차를 구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신을 차려보니 K9의 차키를 손에 쥐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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