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대응 메뉴얼
일반건축물에 배포 시작
도대체 왜 이제서야?

국토교통부가 전기차의 화재 안전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전기차 화재 사고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가 마침내 대형마트와 병원, 사무용 건물 등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일반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대응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 이후 마련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이번 매뉴얼을 통해 사전 준비부터 화재 인지, 현장 대응, 대피, 그리고 복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행동 요령을 상세히 담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이 정도 내용은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의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초기 대응 체계의 부재는 화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 이제
‘남 일’이 아니다
전기차는 일반 차량과 달리 배터리 특성상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어렵고, 심지어 열이 재축적되어 재발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차의 화재는 일반 차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대응 체계를 필요로 한다. 특히 밀폐된 공간인 지하주차장에서는 연기와 열기가 빠르게 퍼져 초기 대응 실패 시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이용자가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수준이다. 관리자와 이용자 모두 전기차 특유의 화재 양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적절한 매뉴얼 없이 사고를 마주하게 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결국 현장 대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침 이상의 교육과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매뉴얼은 그런 점에서 분명 필요했던 조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건축물관리지원센터, 대한건축사협회 등 유관기관을 통해 보급되며, 국토부 누리집을 통해서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는 별개로, 이 정도 매뉴얼은 이미 수년 전 전기차 확산 초기 단계에서 제공됐어야 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꾸준히 늘어나는 전기차
대응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
지난 2018년 5만6천여 대에 불과했던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68만 대를 넘어섰다. 불과 5년 만에 약 12배 급증한 수치다. 전기차 충전시설 역시 같은 기간 2만7천기에서 41만기로 약 15배 가까이 늘어나며, 이제는 거리 어디서든 충전 인프라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처럼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의 확산 속도는 눈부셨지만, 안전 대응 체계의 성장 속도는 한참 뒤처져 있었다. 전기차 화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약 91%씩 증가했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도 이미 2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용자나 관리자 누구도 이에 대한 명확한 대응 매뉴얼을 받지 못한 채, 그 위험을 감당해왔던 셈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분명 필요했지만, 실행 시점에 대한 아쉬움은 짙다. 그간 대형마트나 병원, 사무용 건물 등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서 전기차 충전이 이루어졌음에도, 화재 대응 매뉴얼은 이제야 등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간단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라도 마련된 만큼, 현장 적용과 실질적 교육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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