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가 보인다고?
사각지대 감지장치가
대형차 사고 줄였다
화물차 등 대형 차량의 사각지대는 단순한 운전자의 시야 부족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교통사고 사각지대로 지적되어 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톤 이상 화물차와 대형 버스를 대상으로 사각지대 감지장치 보급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운전자의 주의력 향상과 제동 시스템 반응률 증가 등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 사업은 대형차 교통사고가 잦은 경기 남부와 전북 지역의 화물차 75대, 부산 지역 시내버스 15대 등 총 90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장치는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보행자의 접근을 감지한다. 그다음, 내부 모니터에 실시간 상황을 보여주며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특히 사각지대가 8.3m에 달하는 대형 화물차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 안전장치로 평가되고 있다.
보이지 않던 위협 제거
사고 예방 수치로 증명
공단은 이번 장치의 실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사전-사후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실증을 실시했다. 경고 기능이 비활성화된 상태와 활성화된 상태를 비교한 결과, 100km 주행 시 방향지시등 사용률이 평균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전자가 사각지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신호 조작 빈도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또한 사후기간 동안 사각지대에서의 보행자 감지 후 제동장치가 작동된 비율도 평균 6.7% 상승했다. 이는 장치가 실제로 충돌 직전의 위험 상황을 빠르게 포착해 운전자의 반응을 유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고음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인 제동 조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TS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대형 차량에 대한 사각지대 감지장치 보급 확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용식 TS 이사장은 “첨단 안전장치는 운전자의 시야를 대신해 주는 ‘제2의 눈’과도 같다”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통안전 혁신을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을 지속하겠다”라고 밝혔다.
죽음의 사각지대 해소
법적 의무화 검토 시급
대형차의 사각지대는 그 크기만으로도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일반 승용차의 사각지대가 4.2m인 데 반해 대형 화물차는 8.3m로 두 배 이상이다. 특히 우회전, 차선 변경 시 이 사각지대에 보행자나 이륜차가 들어갈 경우 운전자는 사실상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각지대 사고는 알 수 없었다는 운전자의 증언만 반복되며 실질적인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실증 결과는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차량이 직접 상황을 인식하고 경고하는 구조는, 기존의 의존적 운전 방식을 능동적 안전 운전으로 바꾼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고에 따른 행동 변화가 데이터로도 입증된 만큼 이 기술의 법제화 논의도 본격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단은 향후 사고 빈도가 높은 지역과 차량 유형을 중심으로 장치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며, 장치의 성능 향상을 위한 고도화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기술이 주는 안전이 기본값이 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이번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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