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일으켜 보행자 사망
과속해도 운전자 책임 못 물어
보행자 ‘이것’ 행위가 결정적
왕복 6차로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초과한 채 차량을 운행하다 무단횡단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과속은 곧 중과실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뒤흔드는 결정이었다는 반응을 낳고 있다. 핵심은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 그 자체보다 무단횡단이라는 돌발 상황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인과관계 입증 여부에 있었다는 점이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무단횡단자의 행동은 비정상적이며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회피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사망이 과속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운전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은 셈이다. 이와 같은 판결은 앞으로 무단횡단 사고의 처벌 기준에 있어 주요한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속은 했지만 책임 없다
예견 가능성이 쟁점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구의 한 왕복 6차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는 제한속도 50km/h 구간에서 시속 80km로 주행 중이었다. 그러다 어두운 색 옷을 입은 80대 노인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충돌해 피해자가 현장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A 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과속 사실만으로는 치사죄 성립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고 당시 일몰 이후였으며 피해자는 어두운 옷을 입은 채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었고 인근 가로수와 어두운 배경으로 인해 운전자가 피해자를 사전에 인지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게다가 도로교통공단 역시 “실제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회피 가능 여부를 객관적으로 추정하기는 어렵다”라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법원은 “운전자로서 무단횡단까지 미리 예견해 대비할 주의의무는 없으며 제한속도를 지켰다고 해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정리하자면 A 씨가 제한속도를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이라는 돌발 상황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사건 당시 종합적 검토
사고 피할 수 없었을 것
이번 판결의 핵심은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A 씨가 사전에 피해자의 무단횡단을 인지하고 이를 회피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특히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피해자는 갑작스럽게 도로로 진입했고, 사고 구간에는 시야를 방해하는 구조물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운전자에게 과도한 예측을 요구할 수 없다는 법원의 논리로 이어졌다.
또한 법원은 “과속이 있더라도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교통사고의 책임 소재를 속도위반 여부로 단정하기보다는 사고 당시 상황의 전체적 맥락을 따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판단이 도로 위 보행자의 안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이번 판결은 교통사고 처벌 기준에 대한 법적 경계선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그은 사례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단횡단 보행자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운전자의 과속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법원은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방식보다는 보다 입체적인 접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유사 사고의 판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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