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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포기한 마케팅의 실패
기술에만 의존하다가 망한 사례도
대표 브랜드 3사를 통한 원인 분석

자동차 브랜드에 있어서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는 마케팅, 기술 개발과 리브랜딩 등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적절한 마케팅은 차량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 수 있고, 기술 개발은 가장 근간이 되는 전략으로서 상품성으로 직결되는 핵심이다. 그리고 리브랜딩은 앞선 두 전략이 먹히지 않거나, 현재의 브랜드 이미지가 더는 전략적으로 경쟁력이 없는 경우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대중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선보임으로써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 현황을 뒤엎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때론, 이 전략이 오히려 브랜드의 생명을 끊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전략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거나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오판이 비극적인 몰락을 초래하는 것이다. 폰티악, 사브, 그리고 최근 해당 범주에 낀 재규어의 사례를 통해 이를 증명해 본다.
헤리티지의 상실, 정체성 잃은 브랜드의 비극

폰티악(Pontiac)은 1960년대 머슬카 시장을 개척한 ‘아메리칸 머슬’의 상징과도 같은 브랜드 중 하나였다. 그러나 70년대 오일 쇼크를 거치며 시작된 경기 둔화로 GM에 의한 생산 효율성 극대화 전략을 통해 이른바 ‘배지 엔지니어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폰티악은 타 브랜드와 핵심 부품을 공유하기 시작하며 생산성은 향상됐지만, 독자적 디자인과 성능 특색을 잃어갔다. 거기다 머슬카 브랜드라는 본질을 잃고 타 브랜드와 별반 차이가 없는 평범한 승용차 브랜드로 전락했고, 모호한 정체성과 애매한 포지션으로 남은 폰티악은 2008년 GM의 파산 위기 당시 정리 대상으로 지정되며 2010년 10월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폰티악과 달리 아직 목숨은 부지하고 있으나 처지가 매한가지인 재규어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쪽은 상황이 더 나쁘다. 재규어는 1935년 등장해 고급 스포츠카 제조업체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100년 가까이 그 헤리티지를 이어 왔지만, 2021년 돌연 기존의 내연기관 모델들을 전면 단종시킨 데 이어 전기차 브랜드로의 재출범을 예고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2024년 해당 계획의 일환으로 공개된 콘셉트카 ‘타입 00’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걸 넘어 갖은 혹평에 시달렸으며, 리브랜딩 과정에서 기존의 헤리티지를 전부 버린 행보는 자연스레 판매량 급감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적어도 폰티악의 경우는 오일 쇼크라는 시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상위 기업의 조치가 낳은 멸망이었다면, 재규어는 스스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는 헤리티지를 걷어찬 것이나 다름없다. 별다른 대책이 없는 한, 재규어는 폰티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술에 매몰된 브랜드, 시장의 외면을 받다

한편, 위의 두 브랜드와는 달리 기술 고집과 비효율적 경영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랜드도 있다. 스웨덴의 브랜드 ‘사브(SAAB)’는 항공기 회사 출신이라는 독창적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마찬가지로 스웨덴 브랜드이자 ‘가장 안전한’ 자동차 브랜드로 통하는 ‘볼보(Volvo)’와 경쟁 구도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우선주의’적 경영은 사브에게 있어 쇠락의 길을 걷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 특유의 대형 엔진을 장착한 모델들은 에너지 효율 문제에 봉착했으며, 대량 생산에 불리한 독자적인 부품을 고집하는 등 비효율적인 경영은 자연스레 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영난으로 인해 GM 산하로 들어간 후에도 변해가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채 독자 노선을 고집했고, 끝내 인수합병 시장의 매물로 전락해 떠돌다 2011년 파산신청을 끝으로 74년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됐다.
성공의 길은 결국 ‘정체성’과 ‘균형’

위 세 브랜드의 사례를 종합해봤을 때, 자동차 브랜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명확한 정체성의 확립’과 ‘경영 방식의 균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나가되,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잃거나 포기할 때, 그리고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때 해당 브랜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폰티악과 사브의 비극은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많은 자동차 브랜드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특히나 전망이 어두워 둘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를 재규어에겐 진정한 몰락을 겪기 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요소다. 마케팅과 기술, 경영이라는 3요소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유지할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이루어진다.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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