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RX 500h F 스포츠
호쾌한 성능 인상적이지만
몇몇 아쉬웠던 점 짚어보니
그간 한국 소비자들이 보여준 렉서스 사랑은 각별하다.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일본차 판매량 가운데서도 특히 두드러지는데, 올해 렉서스의 누적 판매량은 10월 기준 1만 1,479대를 기록했다. 볼보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으며, 모기업인 토요타(7,813대)보다 1.5배 높은 실적이다.
일본차에 대한 거부감이 이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점, 한국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하차감, 그리고 뛰어난 신뢰성을 렉서스의 인기 비결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렉서스 차량을 논할 땐 매끄러운 주행감과 정숙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렉서스 차량이 이에 완벽하게 해당하지는 않는다.
특히 스포츠 성향을 강조한 모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구매 전 시승이 필수적인 이유다.
승차감은 흠잡을 곳 없어
제 역할 확실한 4륜 조향
최근 렉서스 준대형 SUV RX를 시승해 볼 기회가 있었다. 작년 6월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된 5세대 모델로, RX 350h 럭셔리, RX 450h+ 럭셔리, RX 500h F 스포츠 퍼포먼스 등 세 가지 트림이 판매 중이다. 시승차는 이 가운데 최상위 사양인 RX 500h F 스포츠 퍼포먼스다. 디자인과 편의 사양에 대해선 차차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하고 이번 글에서는 주행감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우선 21인치에 달하는 휠 사이즈를 고려하면 승차감은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F 스포츠 특성상 댐핑이 다소 하드한 편이지만 어지간한 요철 구간에서의 충격은 2.1톤에 달하는 무게로 찍어 누른다. 전자 제어 가변 서스펜션(AVS)은 다소 강한 제동 시에도 노즈 다이브를 최소화하는 등 확실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와인딩 로드에서 과감한 코너링을 시도해도 롤링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적이다. 시승차는 나머지 두 트림과 달리 후륜 조향 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조향각이 최대 4도에 불과해 존재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오버 스펙에 가까운 동력 성능
제원상 수치보다 가속 빠르다
RX 500h의 파워트레인은 ‘다이렉트4’라는 독특한 구성을 갖췄다. 다이렉트4는 전륜과 후륜 사이에 물리적 연결이 없는 토요타의 주특기 ‘E-Four’에서 한 단계 진보된 시스템이다. E-Four가 평소 전륜으로 구동하다가 필요한 순간에만 후륜을 굴리는 ‘온 디멘드’ 타입이라면 다이렉트4는 풀타임 사륜구동이라고 볼 수 있다. 후륜 모터 출력만 100마력에 달하는데, 급가속 등 후륜 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확실한 도움을 준다.
파워트레인 전체 성능은 필요 충분한 수준을 넘어 오버 스펙에 가깝다. 2.4L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만 해도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46.9kgf.m를 발휘한다. 여기에 전륜, 후륜에 각각 탑재된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 합산 총출력은 371마력, 최대 토크는 56.1kgf.m에 달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이 제원상 6.2초지만 실측은 이보다 빠른 6초 수준을 보여준다. 다만, 퍼포먼스 위주의 세팅인 만큼 하이브리드 치곤 낮은 10.0km/L의 복합 연비를 감안해야 한다.
진동, 엔진음 유입 무시 못 해
ADAS 완성도는 꽤 정교한 편
실제 가속감도 수치상 성능만큼 호쾌한 편이다. 변속 속도가 빠릿하지는 않지만, 변속하는 순간에도 전기 모터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가속이 끊기는 느낌은 거의 없다. 마크 레빈슨 오디오가 더해주는 가상 엔진음은 6기통과 8기통 사이 어딘가의 매운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일상 주행에서의 NVH는 다소 아쉽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 대책은 탁월하나 스티어링 휠과 페달을 통해 전해지는 잔진동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엔진 소음도 체급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다만 장거리 운행 시 피로 누적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주행 보조 시스템이 꽤 완성도 높은 작동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는 앞 차의 감속을 운전자가 감지하기도 전에 안전한 차간 거리를 유지해 준다. 차로 유지 어시스트는 완만한 커브길에서도 흔들림 없는 중앙 유지 능력을 보여준다. 필요에 따라 각 기능을 독립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만큼 운전의 재미를 해칠 일도 없다. RX500h F 스포츠 퍼포먼스의 가격은 1억 1,703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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