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이 만든 차
편안함과 고성능이 공존
레인지로버 스포츠 SV
끝없는 인간의 욕심은 자동차에서도 나타난다. 달리고 싶은 욕구는 스포츠카를,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의전은 쇼퍼-드리븐 카를, 짐 좀 싣거나 오프로드를 달리고 싶은 마음은 SUV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차를 한 대씩 구매해 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고급스럽고, 넓고, 빠른 차를 사면 된다. 정답은 레인지로버 스포츠 SV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는 극한에 치닫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빈을 편안하게 모셔야 할 때, 사람들 태우고 먼 거리를 떠날 때, 그리고 홀로 좀 쏘고 싶을 때까지. 모든 상황을 이 차 한 대로 커버할 수 있다.
끝판왕 SUV답게
엔진은 BMW M5에서
재규어-랜드로버 차량에서 고성능을 나타내던 ‘SVR(Special Vehicle Ratings)에서 알파벳’R’이 빠진 ‘SV’가 붙게 되었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가 그렇듯, 8기통 이상의 큰 엔진을 탑재하는데, 이번 레인지로버 스포츠 SV 역시 마찬가지다. 직전 세대와는 달리 BMW에서 받아온 8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의 635마력을 뿜어내는 4.4리터 트윈 터보 엔진은 M5의 것이다. 전 세대 5.0 엔진보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힘은 더 강력해졌다. 말해 뭐 해 성능 역시 개선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탑재된 옵션들이 있다. 6D 다이내믹스 에어 서스펜션이 대표적인데, 빠르게 곡선을 돌아 나가거나 급가속 시 휘청이는 차체의 수평을 유지하는 신기술. 기존 SUV들이 능동형 안티롤 바를 사용한 것과 구분되는 모습이다.
BMW와 랜드로버
1990년대부터 이어온 관계
레인지로버 스포츠 SV뿐만 아니라 플래그십 모델 레인지로버 역시 BMW의 엔진을 싣고 있다. 랜드로버가 끓여서 더 이상 국물도 안 나올 5리터 슈퍼차처 엔진을 버린 것은 분명 잘한 일이지만, ‘왜 하필 BMW일까’ 의아해할 수 있다. 사실 두 회사는 엔진 하나만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1990년대 걸프전과 미국의 경기 불황으로 인해 유가가 폭등한다. 자동차 제조사는 엔진 다운사이징과 원가 절감, 그리고 제조사 간 인수합병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BMW 역시 1994년에 로버그룹을, 1998년 롤스로이스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오늘날 미니와 롤스로이스는 BMW의 자회사인데, 미니의 사명이 원래 ‘미니로버’였다. BMW의 자회사가 된 게 이때부터다.
한솥밥 먹던 두 회사
손잡고 만든 차가 X5
BMW는 당시 간판 모델 5시리즈와 합병으로 얻은 로버그룹의 기술력을 응집해 새로운 차를 개발한다. 4세대 5시리즈의 플랫폼과 랜드로버의 기술을 섞어 만든 차량이 바로 X5다. 잘 살펴보면 현행 X5와 레인지로버의 테일 게이트 형상이 유사한데, 같은 DNA를 공유한다는 증거다. BMW가 X5를 만들 때 레인지로버 P38의 테일 게이트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시간은 꽤 흘렀고, BMW의 X5와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 수준에 올랐다. 랜드로버는 레인지로버를 하나의 고급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또 대성공한 준대형 SUV X5에 맞서기 위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발표한다. 경쟁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핵심 부품을 공유하는 사이다. 이상적인 경쟁자란 두 회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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