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보 끊긴 국산 스포츠카
낭만 넘치던 시절 있었다
현대차 스쿠프 이야기
국산차 중 스포츠카 하면 떠오르는 차량은 아반떼 N, 벨로스터 N 등이 있다. 이 차량의 형태는 준중형 세단, 해치백 등의 모습이지만 뛰어난 동력 성능을 자랑해 스포츠카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전에는 정통 후륜 구동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가 있었다.
스포츠카와 비슷한 외관을 가진 티뷰론, 투스카니 등의 차량도 그 시절을 풍미했으며, 아반떼 쿠페, K3 쿱 등 인기를 끌지 못한 비운의 모델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뿌리가 된 모델이 있다. 바로 현대차의 전륜구동 쿠페형 승용차, ‘스쿠프’다.
국산차 최초의 터보 엔진
제로백 10초 벽 깨버렸다
현대차가 뉴 엑셀을 발표한 1989년, 엑셀 기반의 2도어 쿠페형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며 스쿠프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젝트명 ‘SLC’라는 이름으로 도쿄 모터쇼에서 프로토타입 실물이 공개됐고, 이듬해인 1990년에 ‘스쿠프’라는 모델명으로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다.
초창기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97마력을 내는 미쓰비시 1.5L MPI 엔진을 사용해 0~100km 12.1초의 저조한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1991년부터 현대차 첫 독자 개발 엔진인 알파 엔진을 적용했고, 동년 10월에는 터보차저가 들어간 스쿠프 터보까지 추가되었다. 이 터보 모델은 0~100km 도달 시간이 9.1초로 10초의 벽을 깬 건 물론, 최고 속도 205km/h로 국산차 최초로 200km/h의 벽을 돌파했다.
완성도 높아진 후기형 모델
티뷰론에 자리 넘기고 단종
초창기 스쿠프의 실내는 평범한 승용차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후기형부터는 스포티한 디테일을 하나둘씩 더해가며 차별화했다. 시트는 등받이 양쪽 지지대를 확장한 세미 버킷 시트를 채용했고, 스티어링 휠은 양쪽 스포크에 엄지손가락을 걸 수 있는 홈을 파 그립을 개선했다.
1992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스쿠프’가 출시됐다. 쏘나타와 비슷한 유선형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터보 모델은 엔진 회전계 아래에 부스트 게이지가 추가됐다. 기존 7 밴드 타입 이퀄라이저 오디오는 쏘나타와 아반떼에 먼저 적용된 전자식 이퀄라이저 오디오로 변경됐다. 이처럼 완성형에 가까워진 스쿠프는 1996년 후속 모델 티뷰론에 자리를 넘겨주고 단종됐다.
당시 모터스포츠도 점령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워
스쿠프는 한국 모터스포츠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티뷰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모터스포츠 종목은 스쿠프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현대차가 네임밸류가 거의 없던 시절에도 스쿠프는 해외 모터스포츠 경기에서도 상당히 자주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당시 젊은이들의 드림카였던 스쿠프. 디자인이 스포티한 점과 실제로 국산 차량 중에서 가장 빨랐기 때문인지 20대 운전자들이 충동적으로 난폭 및 과속 운전을 하는 일이 많아서 스쿠프는 교통사고 발생률 1위 차량이 되었다. 현재는 스쿠프의 잔존 수량이 거의 없고,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 도로에서 마주친다면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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