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마저 두려운 시민들
페달 블랙박스로 예방하자
서울 내 155대 택시에 설치
올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키워드였던 급발진. 이에 대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5일 서울에 있는 14개 택시 운수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155대의 택시 차량에 페달 블랙박스를 시범적으로 장착한다고 밝혔다. 페달 블랙박스란 차량 외부의 환경을 촬영하는 일반적인 블랙박스가 아닌 실제로 차량 구동을 하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있는 쪽을 찍어 운전자가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 촬영하는 도구다.
지난 7월 서울 시청역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에서부터 각종 차량 돌진 사고의 가해자들이 잇달아 차량 급발진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단 한 건도 차량의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의 페달 착각 혹은 운전 미숙이 원인으로 밝혀졌고, 작년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에서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반복해서 밟는 영상이 공개되자 더욱 페달 블랙박스 도입에 대한 논의가 커졌었는데, 이에 따른 정책인 것이다.
급발진 사고, 대부분 인재
객관적 사실 알려주는 도구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0년간 자동차 리콜 센터에 접수된 급발진 주장 신고는 총 346건이지만 그 중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없었고, 대부분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 사고였다. 하지만 사고 당시 운전자들은 차량이 가속되는 것을 보고 매우 당황하여 자신이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 인지,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페달 블랙박스에는 어두운 야간에도 어떤 페달을 밟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야간촬영 기능과 실제 사고 당시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당황하는 부분을 판단할 수 있는 음성녹음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에 한국교통안전공단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영상 제공을 통해 사고 입증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의무화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제조사들은 의무화에 난색
몇 달 사이 잇단 차량 돌진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고의 피해자, 생존자들은 물론이고 사고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인도를 걷는 것마저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가운데, 페달 블랙박스의 도입을 택시 차량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차량에 의무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토부도 자동차 제조사들에 페달 블랙박스를 옵션에 추가할 것을 권고했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난색을 보인다. 우선 의무화가 된다면 의무화가 아닌 나라에서 수입한 자동차의 경우 규제를 받기 때문에 무역 마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옵션에 추가했을 경우엔 막상 비용을 들여 추가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이 저조하면 수익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풀악셀 밟으면 경고음 주거나
정지 버튼으로 전원 끄기도
최근 발생한 교통사고들 때문에 막 논의되고 있는 페달 블랙박스이기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는 있으나 너무 성급하게 도입할 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정부와 제조사, 시민들이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페달 블랙박스 말고도 차량 돌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들도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 ‘풀악셀’이 차량에 감지되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으로 운전자가 페달 오조작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해 사고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또한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는 자동차 운전석 왼쪽 상단에 긴급 정지버튼을 장착하는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긴급 정지 장치를 누르면 차량의 모터를 제어하는 전원을 차단함으로써 주행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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