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전동화 추세
혼다의 첫 전기차 재조명
닛산 리프를 훨씬 앞섰다
전기차 세상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유럽연합이 급진적인 전동화 정책을 펴는 바람에 그 부작용이 속출했지만, 앞으로도 전기차가 많아질 거라는 전망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토요타, 혼다 등이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전기차 업계를 따라잡기에는 많이 늦은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혼다가 판매했던 초창기 전기차에 눈길이 쏠린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로 닛산 리프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보다 13년 전에 판매된 혼다 전기차가 있다. 바로 ‘EV 플러스’다. 현재 기준으로는 보잘것없는 성능을 갖췄지만, 당시에만 해도 시대들 앞서간 자동차로 평가됐었다.
무려 9년에 걸친 개발 기간
미국 안전 규제 모두 통과
혼다는 EV 플러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의 무공해차 보급 프로그램에 대응하고자 개발된 전기차다. 출시 9년 전인 1988년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이후 1993년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한 EVX 콘셉트카, CUV-4 프로토타입의 기술력 양산화를 통해 1995년 첫 프로토타입이 제작됐다.
1997년 출시 당시 EV 플러스는 미국 시장에 등장한 최초의 현대식 전기차였다. 비록 차체 크기는 전장 4,045mm, 전폭 1,750mm, 전고 1,630mm, 휠베이스 2,530mm에 불과했지만, 플랫폼부터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된 덕에 미국 안전 규제 기준을 모두 충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니켈 수소 배터리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220km 주행
EV 플러스의 특징 중 하나는 배터리다. 비슷한 시기 GM이 내놓은 EV1은 한동안 납축전지를 사용했지만, EV 플러스는 이보다 진보한 형태의 니켈 수소 전지를 얹었다. 전기 모터도 혼다가 독자 개발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브러시리스 DC 모터에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더해 평균 효율 90%, 최고 효율 96%를 기록했다.
전기 모터의 최고 출력은 65마력, 최대 토크는 28kgf.m였다. 여기에 1단 기어가 맞물린 만큼 1.6톤의 차체를 움직이기에 부족하진 않았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0~50km/h 가속을 4.9초에 끊고 최고 속도 130km/h로 달릴 수 있었기에 일상 주행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충전에 6~8시간이 소요됐고, 완충 시 220km를 달릴 수 있었다.
총 300대 한정 생산
현재는 2대만 남았다
혼다 EV 플러스는 미국 시장에서 주로 판매됐다. 총 300대만 생산돼 캘리포니아, 뉴욕주에서 리스 형태로 판매가 이뤄졌으며, 내수 시장과 스위스에서도 일부 물량이 팔렸다. 그로부터 5년 뒤, 계약이 종료된 리스 차량이 모두 수거됐다. 이 중 단 2대만 혼다 본사에서 보관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차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창기 전기차였던 만큼 지금 기준으로는 성능이 보잘것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에어컨과 히터, 파워 브레이크, 파워 윈도우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사양들은 당시 전기차에서는 전력 문제로 기피됐기 때문이다. 한편, 혼다는 EV 플러스의 정신적 후속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 ‘e’를 올해 초까지 판매했었다. 후속 모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혼다가 언젠가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는 날이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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