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의 김정수 부회장
불닭볶음면 출시의 일등 공신
볶음밥 집에서 아이디어 얻어

국내의 식품업계는 오래전부터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국내로 시장이 한정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 이윤을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의 영업이익률은 극히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3조 클럽’이라 불리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7%대다. 영업이익률 10%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치로 여겨질 정도다. 심지어 대표적인 라면 회사로 알려진 농심도 연평균 이익률이 5%에서 6%에 그친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률 20% 고지를 밟은 회사가 있다.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삼양라면’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5일 공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매출액은 1조 7,300억 원, 영업이익은 3,442억 원이었다. 19.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우지 파동으로 부도 위기
불닭볶음면으로 재기 성공
삼양식품은 1989년 ‘우지 파동’으로 인해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우지 파동’은 삼양식품과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오뚜기식품, 부산유지 등 5개의 식품회사가 ‘공업용 우지(소고기 기름)’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검찰에서 공표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부도 위기까지 겪었던 삼양식품은 어떻게 영업이익률 20%를 달성하며 재기할 수 있었을까.
이는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면서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압도한 데 따른 결과다. 2024년 2분기 삼양식품 해외 매출액은 국내 매출액(923억 원)을 크게 웃도는 3,321억 원을 기록하며 74.9%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8%까지 확대됐다.
불닭볶음면은 현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자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정수 부회장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김 부회장은 2010년 매운맛으로 유명한 볶음밥 집을 딸과 함께 방문했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김 부회장은 극도로 매운 음식에 대한 수요를 목격하고 이를 라면에 적용해 제품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외에서 챌린지로 인기
남편인 전 회장 복귀 미지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매운맛 트렌드’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극도로 매운맛으로 인해 챌린지 형식으로 유명 유튜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2023년 7월에는 불닭 브랜드 면 제품 누적 판매량이 50억 개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한편, 불닭볶음면으로 삼양을 살려 내는 데 기여한 김정수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주인 전중윤 전 회장의 며느리로 알려졌다. 재벌가에서 며느리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대부분 남편과 사별한 경우이며 성공 사례도 드물다. 김 부회장은 원래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생활했지만, 1989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남편인 전 회장의 복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으나, 이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김 부회장과 함께 횡령 및 탈세 혐의로 3년 실형을 선고받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2022년 1월 석방됐지만, 특경법 14조에 따라 2027년까지는 경영 복귀가 어렵다. 특경법 14조에서는 집행종료로부터 징역형은 5년, 집행유예형은 2년간 관련 사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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