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현대차’ 빈패스트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한 현실
당면한 위기와 과제는 무엇?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신흥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베트남 전기차(EV)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시장을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시장에서는 글로벌 강자들이 아닌, 자국 브랜드 빈패스트(VinFast)가 점유율을 압도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월 빈패스트는 약 1만 2,5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 8,000대에서 2023년 3만 7,800대로 판매량이 급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9만 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수치는 베트남 내수 시장에서 빈패스트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것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급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에 떠넘긴 판매 실적
빈패스트의 허상
빈패스트의 급격한 성장 이면에는 자회사인 그린SM택시(GSM)의 대규모 차량 구매가 자리 잡고 있다. GSM은 빈패스트의 창립자인 팜 녓 브엉 회장이 자본금 95%를 출자한 개인 소유 기업으로, 빈패스트 차량을 대량 구매해 전기차 택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단순히 모기업의 전기차를 이용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사실상 빈패스트의 판매 실적을 떠받치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실제로 2023년 빈패스트의 글로벌 매출 28조 4,000억 동(한화 약 1조 6,800억 원) 중 GSM이 차량 구매에 지출한 금액은 20조 1,630억 동(한화 약 1조 1,9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빈패스트의 전체 매출 중 약 70%를 차지하는 수치다. 결국, 빈패스트의 판매량이 높게 집계되는 것은 사실상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부풀려진 숫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빈패스트가 GSM과 체결한 계약은 전기차 3만 대, 전기 오토바이 20만 대 규모로, 향후에도 GSM을 통한 판매 실적 부양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근본적인 내수 시장 확대보다는 단기적인 실적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빈패스트의 향후 과제
자립 가능할까?
빈패스트가 베트남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보호 정책이다. 베트남은 수입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내수 시장 보호에 집중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자국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베트남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배터리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빈패스트가 베트남 시장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보호 정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과 품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결국,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빈패스트가 현재의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높은 내수 보호 정책과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한 실적 유지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며,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해외 시장 개척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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