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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카니발 뺨 후려쳤던 ‘국산 미니밴’.. 30년 지나 알게 된 ‘반전 비밀’

카니발 뺨 후려쳤던 ‘국산 미니밴’.. 30년 지나 알게 된 ‘반전 비밀’

황정빈 기자 조회수  

모두에게 잊혀진 7인승 미니밴
그 정체는 현대정공 미니밴 싼타모
해당 모델에 얽힌 비밀들 살펴보니

사진 출처 = ‘당근마켓’

갤로퍼와 싼타모를 각각 현대차의 SUV, 미니밴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두 차종은 현대자동차가 아닌 현대정공 브랜드로 처음 출시되었다. 그렇다면 현대정공은 어떤 회사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재의 현대모비스와 같은 역할을 했던, 현대차그룹 산하의 계열사다.

최근 들어 갤로퍼는 캠핑 붐과 올드카 리스토어 열풍에 힘입어 도로 위에서 종종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싼타모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델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근, 도로 위에서 싼타모를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며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갤로퍼와 싼타모 모두 순수한 국산 기술로 개발된 차량은 아니다. 당시 현대차는 일본의 미쓰비시와 기술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고, 두 차종 모두 미쓰비시의 모델을 라이선스 생산한 차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차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매우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뛰어난 기획과 시장 전략, 그리고 패키징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던 것이다. 이제 한때 중산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7인승 MPV, 싼타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 출처 = ‘B-Parts’
사진 출처 = ‘당근마켓’

LPG MPV 선두 주자
무난하지만 고급스럽다

2000년대 초반, IMF의 충격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하던 시기. 당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가족을 태우기 좋고 짐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는 다용도 MPV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이 시기에 특히 주목받았던 세그먼트와 연료 방식이 있었으니, 바로 MPV + LPG 조합이었다.

물론 이 시기에도 기아 카니발은 여전히 미니밴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기아의 효자 차종’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존재했다. 디젤 모델에 탑재된 J 엔진 특유의 거칠고 큰 엔진 소음, 그리고 운행 중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매연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 요인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조용하고 경제적인 LPG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모델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가장 먼저 불을 붙인 모델은 바로 현대 싼타모였다. 싼타모는 기존 가솔린 모델에 LPG 사양을 추가하면서, 중산층 패밀리카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싼타모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디자인과 실용적인 패키징을 갖추고 있었으며, 기본적인 품질에서도 준수한 인상을 주었다. 비록 튀는 매력은 없었지만, 적당한 고급스러움과 균형 잡힌 이미지 덕분에 ‘중산층의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다소 밋밋할 수 있었던 외관 디자인에 RV 스타일 요소를 추가한 ‘플러스’ 트림은 싼타모의 상품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이러한 흐름은 뒤이어 등장한 대우 레조로 이어졌고, 레조는 LPG 사양을 주력으로 내세워 ‘날개 돋친 듯’ 판매량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싼타모가 시장의 판을 넓혀놓았고, 레조가 이를 빠르게 흡수하며 경쟁이 본격화된 셈이다.

사진 출처 = ‘당근마켓’
사진 출처 = ‘Mercadoracing’

후속 모델 없이 단종?
사실은 후속 모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싼타모의 이미지는, 1990년대 현대정공이 선보였던 MPV로 시작해, 2000년대 초반 상품성 저하를 이유로 후속 없이 단종된 차량이라는 것이다. 물론 겉보기에는 후속 모델이 없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트라제 XG라는 모델이 뒤를 이었다. 다만 트라제 XG는 개발 과정에서 포지셔닝이 달라지며 싼타모보다 상위 차급으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직접적인 후속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사실, 싼타모에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존재했다. 이 모델은 꽤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품질을 갖췄으며, 심지어 위장막을 씌운 상태로 로드 테스트까지 진행되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든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결국 ‘현대차’ 브랜드로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혹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시에 ‘기아 카 3형제’를 앞세운 지면 광고가 있었다. 이 3형제는 바로 카렌스, 카스타, 그리고 카니발이었다.

이 중 카렌스는 토요타 입섬의 패키징을 참고해 개발되었고, 카니발은 누구나 알다시피 싼타모와는 결이 전혀 다른 대형 MPV였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 카스타가 바로 싼타모의 실질적인 후속 모델이었다. 이 점을 뒷받침해주는 단서도 있다. 앞서 언급한 위장막 테스트 차량의 외형은 카스타와 동일했으며, 그 차량에는 현대정공의 엠블럼이 부착되어 있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싼타모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카스타로 이어졌고, 단지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현대가 아닌 기아 브랜드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Cars & Bids’
사진 출처 = Threads ‘chansu0311’

란에보 사륜구동 이식한
추억의 싼타모 에볼루션

미쓰비시 차량을 라이선스 생산한 모델인 만큼, 싼타모에는 의외의 반전이 하나 숨어 있었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잘 알겠지만, 미쓰비시의 준중형 세단인 랜서, 특히 그 고성능 버전인 에볼루션(일명 ‘란에보’) 을 떠올릴 것이다. 이 란에보는 정교한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유명하며, 세계 랠리 무대에서도 활약을 펼친 전설적인 차량이다.

놀랍게도, 싼타모는 이 란에보의 사륜구동계를 이식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국내에도 시간과 비용, 정성을 들여 란에보의 구동계를 이식한 ‘싼타모 에볼루션’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같은 플랫폼을 공유했던 카스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카스타 에볼루션’으로 튜닝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MPV라는 차종 자체가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는 거리가 먼 성격인 만큼, 이처럼 고성능화된 버전이 정식으로 출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튜닝이 가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싼타모는 꽤 특별한 차로 남게 되었다. 오늘은 이처럼 독특한 이야기를 품은 현대정공의 싼타모를 집중적으로 돌아보았다.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의 추억 속에 살아 있는 차량일지 모른다. 과연 오늘날 도로 위에는 얼마나 많은 싼타모가 여전히 달리고 있을까? 만약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 순간만큼은 반가운 추억과 다시 재회한 기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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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빈 기자
hjb@newauto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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