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승합차 ‘이스타나’
90년대 학원차로 인기
최근 잔존 개체 포착돼
11~15명의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승합차. 미니밴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법적으로 차량을 분류하는 명칭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올 하반기 출시된 신형 카니발에서 11인승 사양이 빠짐으로써 현재 신차로 살 수 있는 국산 승합차는 현대차 스타리아, 쏠라티만 남게 됐다.
하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산 승합차 시장은 선택지가 꽤 다양했다. 아동 인구가 비교적 많았던 당시 현대차 그레이스, 기아 프레지오 등이 학원차, 교회 버스 등으로 인기를 누렸다. KGM의 전신인 쌍용차도 승합차 ‘이스타나’를 판매했다. 현재는 노후 차종인 만큼 잔존 개체가 얼마 안 남았는데, 최근 이스타나 한 대가 포착돼 향수를 자극한다.
2030이라면 한 번쯤 타봤을 차
쌍용차보다 벤츠에 가깝다고
최근 네이버 카페 ‘남자들의 자동차’에는 이스타나 5인승 밴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차체 곳곳에 바랜 도장과 지금은 발급되지 않는 녹색 지역 번호판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스타나가 현역으로 운행되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학창 시절을 보낸 독자라면 대부분 한 번쯤 해당 차량을 타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90년대 초반 승합차 시장은 현대차 그레이스와 기아 프레지오가 양분하고 있었다. 당시 무쏘와 코란도를 주력으로 밀던 쌍용차는 승합차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스타나 개발에 착수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대신 협력 관계에 있던 벤츠의 승합차 MB100을 기반으로 삼았다. 여기에 국내 실정에 맞는 사양과 새로운 디자인을 더해 1995년 이스타나를 출시했다.
특유의 엔진음은 ‘이것’ 때문
경쟁 모델보다 오래 살아남아
기반이 벤츠인 만큼 이스타나에는 역대 쌍용차 중 벤츠의 기술이 가장 많이 들어갔다. 특유의 갤갤거리는 엔진음은 체인형 밸브 타이밍 시스템에서 나는 소리로, 경쟁 모델보다 높은 내구성과 긴 소모품 교체 주기가 장점이었다. 튼튼하고 내구성 좋은 차체는 세월이 지날수록 빛을 발했다.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그레이스와 프레지오는 차체 부식으로 2010년대부터 빠르게 사라져갔지만 이스타나는 비교적 오래 버텼다.
또한 안전성 부분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원통형 프레임 자체만으로도 높은 강성을 자랑했지만 엔진 위치가 운전자보다 앞으로 나와 있어 전방 충돌 시 비교적 안전했다. 승합차의 핵심인 실내 공간도 압도적이었다. 롱바디 기준 전장 5,340mm, 전폭 1,855mm, 전고 2,000mm로 경쟁 모델보다 차체가 월등히 컸다. 여기에 전륜구동 방식으로 차별화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현역
중고 시세 의외로 높아
하지만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일부 돌출된 엔진룸 구조로 방음 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노후 차량은 믹서기 작동음에 빗댈 수 있을 정도로 시끄러운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원가 절감을 이유로 듀얼 매스가 아닌 싱글 매스 플라이 휠을 적용해 변속할 때마다 울컥거리는 ‘말타기’ 증상도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이스타나는 승합차로써 갖춰야 할 기본기가 출중해 국산 승합차의 전설로 남았다. 노후 경유차 단속이 없는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운행되는 모습이 포착되며 300~700만 원대의 높은 시세에 거래되곤 한다. 네티즌들은 “어릴 때 학원차라 매일 타다시피 했는데”. “지금도 소리 들으면 그 차인지 맞출 자신 있다”. “아직도 저게 돌아다니네”. “내구성 진짜 경이로운 수준이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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