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도 ‘안 할래’
특권 포기하지 않는 이상
죄 저질러도 풀어줘야
지난 20일 밤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한 도로에서 주한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운전한 검은색 승용차가 택시를 들이받고 도로 한가운데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경찰은 러시아 외교관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으나 외교관 면책 특권을 내세우며 응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운전자를 입건 했으나 외교관이 면책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다음 날인 21일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페이스북에 “전날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사고로 인해 부상자는 없었고, 차량도 경미한 피해를 보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는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과실 비율을 따지고 있다”라고 했다.
외교활동을 위한 면책특권
‘면죄부’로 활용되고 있어
지난 2021년 중국 총영사관 소속 영사 A 씨가 광주 서구에서 음주운전 중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음주운전을 의심한 주민의 신고에 경찰이 출동했으나,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외교관 면책 특권을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공무 중 벌어진 일”이라며 자신의 범죄를 가리기 위해 면책 특권을 이용하려 했다.
면책특권은 국제협약에 따라 외교관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을 뜻한다. 원활한 외교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주한 외교관은 접수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체포·구금되지 않는다. 공관이나 관사에 경찰이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다. 형사 법정에도 서지 않는다. 한국이 아닌 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외교관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자발적으로 출석하거나 면책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이 강제로 조사할 수 없다.
71건 중 처벌은 단 1건
98.5%는 처벌 안 받아
외교부가 조사한 ‘주한 외교사절 사건·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주한 외교관과 외교관 가족의 사건·사고 발생 건수는 71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파견국이 외교사절의 면책특권을 포기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해, 98.5%가 처벌받지 않았다.
단 1건의 사례는 지난해에 발생한 사건이다. 지난해 7월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 소속 1급 서기관이 만취 상태로 주점 직원과 경찰관 등을 폭행했다. 이 경우 파견국이 외교사절의 면책특권을 포기하여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단단히 뿔 난 네티즌
대책 마련 목소리 커져
네티즌의 비판은 커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면책특권을 남용하고 있다. 법대로 처벌해라”,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 철저하게 조사해라”, “누구를 위한 면책특권이냐”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아예 면책 특권을 없애달라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측은 “비엔나협약 41조에서 국내 법령 의무 준수를 규약하고 있는 만큼 외교 업무 등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면책특권 남용은 방지해야 한다”라며 “외교관·외교관 가족의 가해가 명백하거나 사적인 목적으로 면책특권이 쓰일 우려가 있는 경우 외교부가 해당 국가에 적극적으로 면책특권 박탈을 요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동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슈들
제보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 jebobox1@gmail.com
댓글1
법이 물렁해서 그래...
만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억울한 사람이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