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와 일부 비례하는 가격
세상에서 가장 작은 차가 2억?
놀랍게도 현실에서 벌어진 일
“자동차의 가치는 크기와 비례한다” 웃긴 말이지만 오늘날까지도 국내에 만연해 있는 통념이다.
이왕 같은 예산을 쓴다면 조금이라도 더 큰 차를 타려고 하고 도로에서도 작은 차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요즘은 가격 대비 만족도를 뜻하는 ‘가심비’가 대세로 뜨며 이러한 양상이 조금은 줄어든 분위기다. 하지만 좀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차의 가격이 2억 원을 넘긴다면? 놀랍게도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쇼핑카트만 한 필 P50
공차 중량은 고작 56kg
우리나라에 초소형 자동차, 경차가 있다면 유럽에는 마이크로카가 있다. 협소한 도로 사정과 2차 세계대전 후 열악해진 경제 사정으로 1940년대 이후 생겨난 장르다. 경차보다 작은 만큼 3인 이상 탈 수 있는 차가 흔치 않다. 배기량은 스쿠터보다 작은 50cc 짜리도 있으며 커봤자 국산 경차의 절반 수준인 500cc 정도다.
오늘 소개할 차는 이러한 마이크로카 중에서도 가장 작은 모델이다. 영국의 마이크로카 전문 제조사 필 엔지니어링(Peel Engineering)이 1962년 출시한 필 P50이다. 이 삼륜차의 크기는 전장 1,340mm, 전폭 980mm에 불과하며, 공차 중량은 56kg이다. 근력이 받쳐준다면 차를 통째로 들어 올릴 수 있으며, 실제로 차량 후미에는 들어서 끌고 갈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려 있다.
출시 당시에도 비쌌던 가격
고작 100대가량 팔리고 단종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4.2마력을 내는 49cc 단기통 공랭식 엔진과 3단 수동변속기 조합이다. 하나뿐인 뒷바퀴가 동력을 전달받아 최고 속도 61km/h로 달릴 수 있다. 출시 당시 가격은 199파운드, 현재 가치로 4,433파운드(약 739만 원)이었다. 작고 가볍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는 자동차 치곤 과한 가격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뿐만 아니라 후진 기어가 없어서 뒤로 가려면 내려서 차를 끌고 가야 했고, 방향지시등도 없어서 수신호가 필수였다. 삼륜차의 고질적 단점인 전복 위험은 물론 사고 시 안전성은 논하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수준이었다. 이러한 단점을 모두 수용하고 기꺼이 지갑을 연 고객은 100여 명에 불과했다.
희소가치와 세월의 힘
2억 3천만 원에 낙찰돼
하지만 반세기 가량 흐른 후 이 차의 가치는 비트코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솟았다. 지난 2016년 소더비 경매에 신차급 매물이 한 대 올라왔는데 무려 17만 6천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억 3천만 원에 낙찰됐다. 현재 오리지널 필 P50의 잔존 개체는 50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귀여운 외모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차’로 기네스북에 오른 덕에 필 P50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다시 생겨났고, 현재는 레플리카가 다수 만들어졌다. 2010년에는 필 엔지니어링이 부활해 전기차 버전을 판매 중이다. 최근 경매에 부쳐진 필 P50 컨티뉴에이션 전기차는 1만 6,750달러(약 2,200만 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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