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불타면 다 XX..’ 전기차 화재, 진짜 위험한 곳 따로 있었죠

전기차 배터리 화재 논란
지상은 그나마 지원 가능
해상이라면 고립돼 큰일

요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전기차 배터리 혹은 전기차 화재일 것이다. 며칠 사이 간격으로 계속해서 화재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시민들의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고들은 당연하겠지만 지상에서 발생한 사고다. 지상에서 발생한 사고는 대피가 가능하다. 주차장을 벗어나거나 불이 붙은 자동차 주변에서 떨어지면 된다.

그러나 만약 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배를 타고 있는 와중에 선적된 전기차에 불이 난다면 어떡할 텐가? 물론 차를 운송하는 배이니만큼 조금 멀리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결국 배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구조대가 오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불이 번져 대피하려면 바다에 빠지는 수밖에 없는데, 보호 장구 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일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배로 오가는 절대량 늘어
열폭주 하면 소화 힘들다

선박을 통해 전기차를 수출입 하는 물동량은 2019년 약 4.3만 t에서 2023년에는 25.3 t으로 늘어나 5년 만에 무려 6배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해에만 한국에 전기차 54만 대가 보급되면서, 리튬 배터리 물동량도 2019년 31.5만 t에서 2023년에는 79만 t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 위에 올라가는 전기차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선박들에 리튬 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가 비치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음극과 양극이 존재하는데, 충격이나 제조상의 문제로 분리막에 손상을 입거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결함으로 통제가 안 되면 온도가 상승한다. 배터리는 셀 덩어리에 해당하기에 한 셀의 온도가 상승하면 하나둘 번져가 전체의 온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를 ‘열 폭주’라고 한다. 이 상태에 이르면 온도는 섭씨 1,000도까지 상승해 진압이 힘든 것이다.

최대 5시간 동안 고립 가능
해외에선 배 버리고 탈출

전기차를 운송하는 배의 주요 항로는 현재 모두 6개의 권역, 17개의 항로다. 그 중 제주권역인 여수-제주 항로의 경우 총 5시간 10분 동안 항해를 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항로가 존재한다. 즉, 5시간 동안 육지의 도움을 받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최근 발생한 인천 소재 아파트의 전기차 화재가 진압에만 8시간이 걸렸는데, 소방차와 소방대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 7월에는 독일에서 이집트까지 전기차 25대를 포함한 총 3,000대의 자동차를 운반하던 화물선 ‘프리맨틀 하이웨이’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전기차 인근에서 화재가 시작되었다고 전했고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선원들은 배를 버리고 선박 밖이 구조되었다. 불은 며칠간 지속되었다. 이 사건 이후로 노르웨이의 여객선에는 전기차 선적이 금지되기도 했다.

50% 이상 충전 전기차는
이제 여객선 선적 못 한다

배 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위험하고 최근 발생한 화재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해양수산부는 화재 예방을 위해 충전율 50% 이상인 전기차의 여객선 선적을 제한한다는 권고 기준을 마련했다. 또한 선박에서 전기차 등의 배터리 충전도 금지했다. 해양수산부는 화재 발생 시 비상 대응 시간 확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제주, 울릉 여객선사를 대상으로 ‘충전율 권고기준’을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배터리 충전율이 100%일 때 열 폭주 전이 시간이 7분 50초인데, 50% 충전 시 31분 59초로 늦어진다는 국립소방연구원 실험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연안여객선의 경우 내년까지 상방향 물 분사 장치, 질식 소화포, 소방원 장구 등 전용 소방 장비를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 제주, 울릉 여객선 10척에 우선 보급하고 내년에 150여 척까지 보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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