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경우, 부족한 땅이 문제
용적률 높으면 인프라 사용량 늘어난다
부족한 사업 수익성에 개발 가능성 높여

홍콩은 용적률 높은 아파트가 많기로 유명한 대표적인 도시이다. 용적률은 아파트의 건물 연면적을 땅의 넓이로 나눈 비율이다. 따라서 용적률과 건폐율이 높은 경우, 한 가구당 평형수는 극히 줄어들게 된다. 평수뿐만 아니라 아파트의 층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홍콩의 아파트들을 살펴보면 용적률과 대지건물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경우 주거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변화한 주거 형태는 주민들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홍콩의 전체 인구 약 3%가 10m² 이하인 쪽방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거주 공간은 아파트 등 다세대 주택에 벽을 설치하는 등의 개조로 만들어졌다. 3평 남짓의 공간이기 때문에 가전 등 생활 물품들을 거치하고 나면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좁다.
200스퀘어 피트(18.58㎡, 5.62평)보다 작은 아파트로, 이른바 ‘나노 플랫’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해당 주거 형태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 매물들은 대부분 침실이나 화장실에 창문이 없고, 부엌 등이 분리되지 않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홍콩의 주민들은 이러한 주거 형태에 익숙해져 있지만, 지나치게 작은 아파트는 삶의 질을 해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용적률과 대지건물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건물 내부에 들어오는 일조량 또한 지나치게 줄어든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물 위치가 고정된 상태에서 용적률이 100% 늘어날 때 평균 일조시간은 56분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문제점을 인식한 홍콩 당국에서는 홍콩 신규 주택을 최소 7.9평 이상으로 지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대한민국에서 용적률은 80~1,500%의 범위에서 조정되며, 도시의 주거지역은 최대 500%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용적률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또한, 한국에서 용적률은 ‘아파트의 수익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에서 아파트 재건축이 하나의 사업이 된 것도 용적률과 관련이 있을 정도다. 1990년 당시 ‘200만 호 건설’이 꿈이던 정부가 300%이던 용적률 제한을 400%로 완화했다. 용적률 100%도 안 되는 저층 아파트에 400%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용적률 낮은 저층 아파트를 골라 사서 재건축하면 1억 원 이상도 남길 수 있다는 공식이 이때 자리 잡았다. 재건축은 용적률을 끌어올려 사업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용적률의 마법’ 덕분에 꽤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왔다.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면 일반 분양 물량이 늘어난다. 즉, 용적률이 늘어날수록 아파트의 사업성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는 재건축 조합원이 자신들이 받아야 하는 집 말고도 팔 수 있는 집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된 경우가 많아 대부분 추가로 현금을 낼 여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용적률이 아파트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수도권의 주택 공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중반에 만들어진 1기 신도시(분당· 일산·평촌·산본·중동 등 5개 신도시)의 재건축 용적률 500%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또한 9·26 부동산 대책에서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용적률의 증가는 앞서 얘기한 홍콩의 사례처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는 주택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로도 이어진다. 용적률이 증가하면 그만큼 인구 밀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교통, 병원 등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인구의 증가로 쾌적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나친 용적률 혜택에 대해 삶의 질을 크게 저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 전문가는 용적률의 지나친 규제 완화에 대해 제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선진국의 경우, 개발법과 경관법의 위상이 동등하다”라며 “개발과 경관 보전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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