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 끼에 5,500원
점점 부담 커지는 점심값에
직장인들 ‘구내식당’ 몰린다

서울 여의도 인근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요즘 국회박물관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다. 점심 한 끼 가격이 5,500원으로, 주변 식당에서 판매하는 순댓국 한 그릇(1만 원)보다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국회까지 15분을 걸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작년 말 회사 구내식당 식권도 8,000원에서 8,500원으로 올라, 더 저렴한 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렴한 식사 가격을 찾아 이동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국회박물관 구내식당은 점심시간마다 붐빈다. 3일 오전 11시 30분, 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 카드를 목에 걸고 있거나 같은 회사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있었다. 식당 직원 B씨는 “평균 600~700명이 식사하러 오는데, 이 중 400명이 외부 손님”이라며 “날씨가 따뜻해지면 방문객이 1,000명까지 늘어난다”라고 전했다.
구내식당의 가격 정책도 직장인 유입에 한몫했다. 지난해 내부 직원 식권 가격은 올랐지만, 외부인 가격은 그대로 유지됐다. 점심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저렴한 식사를 원하는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국회박물관 구내식당 같은 공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파른 외식 물가 상승
직장인의 선택 살펴보니
외식 물가는 해마다 급격히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김치찌개 한 그릇 평균 가격은 2020년 6,731원에서 2023년 12월 8,269원으로 22.8% 올랐다. 같은 기간 김밥 한 줄 가격은 2,638원에서 3,500원으로 32.7% 상승했다. 대전 지역 김치찌개 가격은 6,500원에서 9,900원으로 무려 52.3% 급등했다.
전체 외식 품목을 기준으로 봐도 상승세는 뚜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김치찌개·김밥 같은 식사류부터 커피, 주류까지 포함한 39개 외식 품목의 물가지수는 2021년 이후 4년간 2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4.2%)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외식물가 상승이 본격화된 것은 2021년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이후다. 2022년에는 7.1%, 2023년에는 6.0% 오르며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문제는 임금 상승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명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4.9%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14.2%)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으로, 외식물가 상승률(21.0%)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최저임금 역시 2021년 8,72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13.1% 오르는 데 그쳤다.
이처럼 외식물가는 급등하지만 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직장인들은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구내식당 이용이 증가하고 편의점 간편식 수요가 급증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의 일부다. 한 끼 식비를 줄이기 위한 직장인들의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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