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성자동차의 역사
순수한 열정 있었던 회사
특수한 모델도 존재한다

현재 르노코리아로 사명을 바꿔 자동차 시장엔 삼성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삼성자동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짧지만, 강렬한 족적을 남겼다.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90년대 중후반, 이들의 목표는 단순한 시장 진입이 아니었다. 정밀한 기술력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기존 국산차 시장과 차별화된 고급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비록 대한민국을 뒤흔든 경제 사태 탓에 역사는 삼성이 바랐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프랑스 르노그룹에 인수되며 순수 삼성자동차는 역사로 사라졌지만, 당시 개발된 차들은 여전히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 특별한 모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단연 SM530L과 SSC-1일 것이다. 두 차종은 삼성자동차가 가졌던 야망과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 SM5 LWB SM530L
고급 세단 시장을 넘봤다
1세대 SM5는 그 믿음직한 이미지를 등에 업고 어려운 시기임에도 중형 세단 대표주자 현대차 쏘나타를 제칠만큼의 위력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이 1세대 SM5에도 리무진 격 모델이 존재한다. 바로 삼성 임원 전용 차량으로 알려진 SM530L이 그것이다. 2,500cc급 라인업이 최상위였던 일반 모델과 다르게, VQ30DE 3.0L V6 엔진을 탑재하며 휠베이스도 함께 늘렸다. 2열에 당대 최고의 고급 사양을 갖추기도 했다.
이 차는 삼성 임원에게 지급될 당시, 중고차로 판매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울러 삼성家 홍라희 여사가 특히 아꼈던 차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 SM530L의 잔존 개체는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에서 일부 소장 중이며, 나머지 일부는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모빌리티 쇼에 깜짝 등장했을 때, 신차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던 SM530L은 순수 삼성자동차 시절의 영광을 떠올리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을 울렸다.
삼성이 꿈꿨던 국산 스포츠카
삼성 SSC-1
삼성자동차는 단순한 세단 제조사로 머물 생각이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 SSC-1이라는 스포츠카 콘셉트 모델이 1997년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되었다. 당시 국내에서 스포츠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현대 스쿠프나 티뷰론과 같은 모델들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SSC-1은 단순한 국산 스포츠카가 아닌, 진정한 고성능 모델을 목표로 한 점에서 차별화되었다.
SSC-1은 삼성자동차의 연구 프로젝트 성격이 강했다. 닛산 실비아를 기반으로 하되, 차체 디자인과 서스펜션 세팅을 자체 조율하여 삼성만의 주행 성능을 강조하려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당시 삼성자동차는 자체 개발 역량이 부족했고, 스포츠카 시장의 한계도 명확했다. 결국 SSC-1은 양산되지 못하고 콘셉트로만 남았다. 하지만 SSC-1이 보여준 기술적 접근과 도전 정신은 여전히 국산 스포츠카 개발 역사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삼성 SM5 1세대
삼성자동차의 유산
삼성자동차가 비록 독자적인 브랜드로 오래 남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만든 명차도 있다. 바로 1세대 SM5다. 닛산 세피로(A32)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던 이 모델은 도리어 원판보다 좋은 내구성과 정숙성으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SM5 1세대의 엔진과 변속기는 기대 이상의 품질을 보여주었으며, 20년이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도 도로에서 현역으로 달리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비록 지금은 르노코리아의 SM6가 단종되며 그 명맥이 끊겼지만, 이들이 남긴 실험 정신과 기술력은 국산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SM5 1세대의 뛰어난 내구성은 삼성자동차가 추구했던 품질 철학이 결코 허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언젠가 삼성이 다시 한번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 날이 있다면, 그땐 제대로 저력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자동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슈들
제보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 jebobox1@gmail.com
댓글1
지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