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레간자
커뮤니티 내 목격담 전해져
인상적인 TV CF로도 화제

‘소리 없이 강하다, 쉿! 레간자’라는 TV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현재는 모든 흔적이 지워졌지만, 세계 경영이라는 일념을 앞세운 대우자동차의 중형 세단 레간자의 광고 카피였다. 그런데 최근 클래식카 커뮤니티에서 레간자의 목격 소식이 들린다. 그래서 오늘은 이 차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당시 프린스의 네임밸류를 등에 업고 나타난 레간자는 어땠을까?
광고 카피부터 레간자는 동시대 차종 중 NVH 대책을 매우 고심한 차종이었다고 전해졌다. 레간자에 탑재된 엔진 라인업은 1,800cc부터 2,200cc까지 다양한 배기량을 자랑했다. 비록 엔진 라인업 중에 부드러움의 대명사인 6기통 이상의 엔진은 없었지만, 실내에서 탑승객이 느끼는 정숙성과 저진동을 실현하고자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유선형의 디자인
원래 재규어의 것이었다?
레간자의 외형은 한눈에 봐도 각을 세워 위압감이 넘치는 분위기가 아니다. 자동차의 첫인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헤드램프는 타원 형태를 띠어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했으며, 당시 대우자동차의 패밀리룩인 일명 ‘삼분할 그릴’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대우자동차의 정체성을 심어뒀다. 후면부에도 모서리를 둥글린 사다리꼴 형태의 테일램프가 자리 잡아 부드러운 인상을 자랑한다.
전면부와 후면부 모두 둥근 유선형의 프로포션을 보여주지만, 측면부의 벨트라인과 캐릭터 라인은 직선적인 형태에 가까워 사뭇 늘씬하고 정제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것은 디자인의 근간이 재규어에 있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본래 자동차 디자인 전문 외주업체였던 이탈디자인이 재규어에 제안한 켄싱턴 콘셉트의 측면을 빌렸다는 후문이 있다.
독특한 형태의 크래시패드
한국의 미를 강조했다
최신 차종들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역할이 커지면서 다소 획일화된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레간자가 출시 및 기획되던 1990년대 중~후반 당시에만 해도 두터운 지도책과 운전자의 길눈에 의존해 목적지를 찾았을 만큼 내비게이션은 고사하고 자동차에 디스플레이가 있는 것 자체가 호화 옵션 취급받던 시대였다. 그래서인지 레간자는 현시점에 보아도 독창적인 크래시패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이탈디자인의 주지아로는 레간자의 디자인 의뢰를 받고 1,300종에 달하는 한국 고전 미술품을 토대로 디자인했다고 전해지는데, 알려진 바에 의하면 크래시패드의 디자인은 태극 무늬의 곡선에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덕분에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 보아도 독특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비율을 자랑한다. 아울러 고급스럽게 마감한 크롬 인사이드 도어 핸들은 대우자동차가 레간자에 건 기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매그너스에 배턴터치
이루지 못한 6기통의 꿈
레간자는 의외로 전성기가 그리 길지 않았는데, 이는 대우자동차의 세단 라인업 전개가 꼬여버린 탓이었다. 우리가 중형 세단으로 알고 있는 매그너스는 기획 단계에서 그랜저급 준대형 세단으로 개발이 착수되었지만, 쉬라츠의 출시가 무산되고 연이어 P100의 출시까지 무산되며 비어버린 라인업을 채우고자 레간자와 매그너스를 병행 판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케팅 자체를 ‘L6 매그너스’라고 할 만큼 대우자동차가 대대적으로 자랑한 횡치식 직렬 6기통 엔진 라인업인 XK 엔진은 본래 레간자에 탑재될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매그너스에 밀려 염가형 중형차로 포지션이 바뀌는 바람에 탑재되진 못했지만, 만약 실제로 탑재되었다면 정숙성을 강조한 레간자의 캐치프레이즈와 맞물려 시너지를 냈을 것으로 예상되어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한국GM은 중형 세단 라인업이 공석인데, 목격담이 보일 때마다 괜히 레간자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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