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M 뉴 체어맨 W
벤츠와 기술 제휴
조선의 S 클래스

대한민국에 초대형 세단의 황금기가 있었다. 현대차 에쿠스/다이너스티, 기아 엔터프라이즈와 같은 걸출한 대형 세단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 뭇 회장님들과 거물급 인사들의 총애를 받던 시절이다. 그런데, 변방의 브랜드가 한국형 S 클래스 모델을 만들었었다. 바로 KGM (당시 쌍용차)의 체어맨이었다. 체어맨은 2세대에 걸쳐 생산되었으며, 후륜구동 특유의 주행 질감이 매우 호평받았던 차종이다.
그런데 이런 체어맨을 중고차 시장에서 400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오늘은 뉴 체어맨 W 중고차를 살펴보고자 한다. 체어맨은 1세대부터 벤츠의 플랫폼과 기술을 차용하여 개발한 만큼, 여타 국산차와 모든 부분에 결을 달리했던 자칭타칭 대한민국 최고급 세단 중 한 대였다. 조선의 S 클래스라는 별명이 있는데, 실제로도 벤츠의 부품을 호환할 수 있는 체어맨 중고차를 가격부터 고질병까지 알아보자.
에쿠스와 경쟁했던 차
당대 최고 기술 모두 탑재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의 G90으로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현대차 에쿠스와 쌍두마차를 이뤘던 체어맨인 만큼, 연식이 조금 지났어도 최신 차종에 밀리지 않는 호화 옵션을 자랑한다. 물론 중고차라는 범위에서 첨단 옵션이 너무 많은 것은 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옵션이 어느 정도는 최신 차종에 준하고 수리비가 아주 비싸지 않다면 없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던가.
우선 뉴 체어맨 W는 하만 카돈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카오디오 마니아들에게 지금까지도 언급되는 만큼의 좋은 음질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방 차량과의 거리를 알아서 조절하는 스마트 크루즈 기능도 빠지지 않았고, 통풍 시트와 더불어 3번 자세까지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 시트를 모조리 갖춰 최신 차종에 뒤지지 않는 명실상부 최고급 세단의 이름값을 지킨다.
에어 서스펜션 탑재
다만 수리비 비싼 편
전동 트렁크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까지 모조리 갖춘 체어맨 W는 구름을 떠다니는 승차감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에어 서스펜션도 탑재했다. 초대형 세단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이기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매우 부드러운 승차감을 연출하지만, 이게 고장 난다면 말이 달라진다. 당시 경쟁 모델이던 에쿠스 VI와 같은 콘티넨털 사의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을 장착했는데, 이게 수리비가 악명높다.
에어 서스펜션은 한쪽이 터지면 다른 쪽도 함께 터지는 케이스가 많아 만약 에어 누출 등의 고장이 난다면 빠른 정비를 필요로 한다. 이 에어 서스펜션은 일반 서스펜션 대비 수리비가 고가인 탓에 대부분 국내 재생 업체의 부품을 사용하는 때가 많다. 만약 수리비가 걱정된다면, 에어 서스펜션 옵션이 빠진 모델을 구매하는 편이 더 낫다. 운 나쁘면 겨울철 방지턱만 잘못 밟아도 고장 날 수 있는 게 에어 서스펜션이다.
거두절미하고, 얼마야?
400만 원대 매물
거두절미하고, 체어맨 W 좋은거 알겠으니까 얼마야? 라고 묻는다면, 400만 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답할 수 있다. 물론 상태가 좋지 않은 매물이라면 100만 원 후반 대에서도 구매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런 매물을 구매한다면 수리비가 곱절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리고 벤츠의 부품을 사용한 것 까진 좋으나, 주요 부품이 벤츠의 부품 가격대라는 사실도 매물을 고르는 기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때 벤츠를 놀라게 할 만큼 좋은 디자인과 품질로 생산되었던 체어맨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금빛을 잃은 금속 덩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영광스러운 승차감과 정숙성, 그리고 최신 차종에 밀리지 않을 만큼 넉넉하게 탑재된 편의장비는 지금 운용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400만 원대에 적당한 매물을 구할 수 있어, 약간의 정비 비용을 추가한다면 단돈 몇백만 원에 회장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중고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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