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김 생산액 1조 원 돌파
해외서도 폭발적 인기 보여
검은 반도체 시대 제대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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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도체라는 별명에 걸맞게 한국산 김 시장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김 생산액이 전년 대비 90% 이상 급증하며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다.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일본의 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한국산 김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이 됐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어업생산동향조사(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김 생산량은 55만 1,516톤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반면 생산액은 1조 2,03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무려 90.3% 급등했다. 이는 8,758억 원에 달하는 참치 생산액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로, 김이 명실상부한 ‘해양산업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국산 김의 몸값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수출 증가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9억 9,700만 달러로 1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25.9% 증가한 것으로,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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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생산량 급감한 일본
한국산 김, 글로벌 시장 독점
김 가격 상승에는 일본의 생산량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일본의 2024년산 마른 김 공판량은 4,843만 속(1속=100장)으로 전년 6,370만 속 대비 24% 감소했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한국과 함께 세계 최대 김 생산국으로 꼽혀왔으나, 최근 생산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산 김이 일본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김을 대량 생산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 중국 뿐이다. 그러나 일본산 김이 생산 차질을 빚고, 중국산 김이 품질 문제로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한국산 김이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김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한국산 김의 시장 점유율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수출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산 김의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해 4월 기준 김밥용 김의 도매가는 속당 1만 89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 원 선을 넘어서게 됐다. 이는 해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국내 유통 물량이 부족해진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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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도체, 김
비건·할랄푸드로 각광
김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세계적으로 부는 비건과 할랄푸드 트렌드에 매우 적합한 식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검은 종이’라며 외면받았던 김이 이제는 건강식품으로 굳건히 자리 잡으며 그 소비층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한국김수출협회 양태용 회장은 “30년 전만 해도 외국인들은 김을 생소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건강식품으로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은 비건과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식품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에서 거부감 없이 소비되고 있다.
이처럼 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만큼, 한국산 김의 미래는 더욱 밝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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