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정신질환 검진 의무화
추진 급물살 타는 ‘하늘이법’
의료계, 교육계 우려 터졌다

대전 초등생 김하늘 양 피습 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이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직권 휴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하늘이법’ 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법안이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신질환 앓는 교사
모두 잠재적 살인마인가?
정치권에 따르면 하늘이법은 교사 임용 전후로 정신 건강 검진을 의무화하고,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부가 직권으로 휴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휴직 후 복직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정신질환이 있는 교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교사들의 정신 건강 검진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정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신질환을 가진 교사 전체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는 시각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김하늘 양을 살해한 교사의 우울증과 범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며 “정신질환을 이유로 교사의 직무 수행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 낙인 찍기에 불과
극심한 우려 제기한 의료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심리학회 등 주요 정신건강 관련 단체들.
이들은 이번 법안이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가해자의 우울증 병력이 곧바로 폭력성과 연결될 수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더욱 심화시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는 방식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살인 사건의 원인을 정신질환에서 찾는 것은 오히려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환자들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위험한 존재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교사들 사이 커지는 불안감
정신질환 숨기면 어쩌려고?
한편,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번 법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질환심의위원회에 동료 교사나 학생이 포함되면 정신질환이 낙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신질환을 숨기려는 분위기가 조성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하늘 양 사건의 가해자인 교사는 지난해 12월 휴직을 신청하며 정신과 의사의 “6개월 치료 필요” 소견서를 제출했으나, 불과 20일 만에 “정상 근무 가능”이라는 소견서를 받아 복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질환은 상태가 호전되었다가 다시 악화될 수 있으며, 완치를 단정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정신질환과 범죄를 단순히 연결 짓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현재.
과연 하늘이법이 실제로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보호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심화시킬지는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