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브랜드화 노리는 KGM
기존 렉스턴 스포츠 이름 바뀐다
새로운 브랜드, ‘무쏘’에 건 미래

KGM은 최근 토레스 가지치기 격인 픽업트럭 모델인 무쏘 EV를 출시하며, ‘무쏘’라는 이름을 픽업트럭 전문 브랜드로 런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처음 상표권이 출원되던 당시에도 무쏘 EV5 등의 이름에 우려를 표하는 이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또 논란이 될 전망이다. 우선 KGM은 기존의 픽업트럭이었던 렉스턴 스포츠부터 공식 홈페이지에 무쏘 스포츠 등으로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에도 렉스턴 스포츠는 해외 시장에 수출될 때 ‘무쏘’의 이름표를 달고 수출했으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이게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시점에선 브랜드 이미지의 격하가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무쏘’라는 이름 자체의 네임밸류를 떨어트리거나 네이밍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오늘은 이 ‘무쏘’에 대해 상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무거운 무쏘의 이름
당시 초호화 SUV
1991년 미쓰비시의 파제로 모델을 현대정공에서 들여오는 방식으로 시장에 출시한 갤로퍼에 맞서기 위해 1993년 시장에 처음 등장한 KGM (당시 쌍용자동차)의 무쏘는 파격적인 차종이었다.
당시만 해도 도로 위에 수입차가 지나가면 신기하게 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벤츠의 기술력을 등에 업고 육중한 덩치와 함께 유선형으로 디자인된 무쏘는 그야말로 고급 SUV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자동차는 저마다 출시 이전 사내에서 취급하는 프로젝트명이 있기 마련인데, 무쏘는 프로젝트명 FJ로 명명되었다. 무려 Future Jeep의 뜻을 내포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수동 기어의 차를 보기 더 힘들지만, 당시만 해도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차는 ‘Automatic’이라며 자랑스럽게 써 붙이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대에 전자식 4WD 전환 스위치를 장착하고 ABS를 장착하는 등 지금의 GV80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을 자랑했던 차종이었다.
렉스턴은 무쏘의 후속
출시는 상위 포지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렉스턴은 사실 무쏘의 후속 차종으로 기획된 차였다.
초대 렉스턴의 카피는 무려 ‘대한민국 1%’였으니 무쏘의 고급차 포지션을 그대로 이어받고자 했던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렉스턴이 출시되었다고 해서 무쏘가 단종되진 않았다. 이는 부족한 라인업을 보완하는 것과 더불어 판매량을 늘리고자 고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렉스턴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무쏘는 지난 세월 감당하던 왕관을 렉스턴에 넘기고 염가형 포지션으로 돌아섰다.
마치 체어맨 W와 체어맨 H의 전략과도 같은 것이었는데, 이로써 렉스턴은 무쏘의 상위 차종으로 출시되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아울러 경쟁 차종이었던 현대차의 테라칸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당시 렉스턴의 위상이 체어맨의 그것과 같았다는 의견 역시 많다.
렉스턴의 격하
이도 저도 아닌 전략
비판할 지점은 여기서 나온다.
현행 렉스턴 스포츠가 내수 시장에서 무쏘 스포츠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렇게 된다면 상위 모델 렉스턴이 하위 모델 무쏘로 격하된다는 사실이다.
수출명이 존재하는 의의 자체가 시장에 맞는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이런 전략은 내수 시장에서 무쏘라는 브랜드를 강조하기도 애매하고 렉스턴 SUV의 이미지까지 격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KGM은 렉스턴 SUV 사양에 ‘써밋’ 트림을 추가하며 의전용 SUV라는 카테고리를 내세웠는데, 형제 차종인 렉스턴 스포츠가 무쏘 브랜드에 편입되어 격하된 이상 렉스턴 SUV의 이미지 소모 및 판매량 지속 감소는 예견된 순서다.
이도 저도 아닌 전략인 것이다. 한편, KGM은 렉스턴 후속 콘셉트로 공개된 F100을 체리자동차와 함께 개발할 것이라 발표한 가운데, 앞으로 KGM이 어떤 전략을 앞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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