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의 시작 ‘이 차’
중고차 가격 폭락했다고
수리비 많이 들진 않을까?
무조건 급이 높고 배기량이 큰 차량이 비싸다는 얘기는 반만 맞는 얘기다. 자동차라는 게 신차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닌 예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억 속 첫 차는 중고차이지 않던가. 세상의 자동차는 세 부류라고 생각한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차, 출고를 기다리는 차, 중고가 되어버린 차. 모든 재화는 사용자로 인계되는 순간부터 중고가 된다. 이번엔 제네시스 중고차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가파른 감가로 인해 일부 모델은 천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과연 어떤 모델일까?
기본적으로 사회의 ‘ 높은 분들 ’ 께서 타는 자동차도 그 종류가 매우 한정되어 있다. 글로벌로 나간다면야 S 클래스, 7시리즈 등이 있겠지만, 내수 시장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플래그십 세단들이 있다. 바로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차량 중, 그 첫 번째 시작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지고 성공적인 브랜드 안착을 도운 EQ900이다.
초호화 옵션 다 담은 EQ900
현재 가격은 1~2천만 원대?
제네시스 EQ900은 어떤 모델일까? 자잘한 옵션 내용은 다 빼도록 하겠다. 어떤 옵션을 생각하든 웬만하면 탑재를 했을 테니 말이다. 한 브랜드의 기함, 플래그십이 담당하는 역할은 단순히 ‘제일 비싼 차’에서만 끝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그 브랜드의 이미지, 상징성을 나타내기도 하므로 보통은 출시 시기 최신 초호화 옵션은 모조리 다 적용되어 출시되는 게 일반적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플래그십 모델에 먼저 적용하고, 그 기술이 조금 더 발전되어 생산 단가가 낮아지거나 대중화될 기미가 보이면 그때부터 하위 모델에 적용되는 순서다.
EQ900 역시 이러한 수순의 혜택을 받은 모델이다. 370마력을 발휘하는 V6 3.3L 터보 모델부터 시작해 315마력을 발휘하는 V6 3.8L 자연흡기 모델. 그리고 425마력을 발휘하는 V8 5.0L 모델까지 당시 현대차그룹이 갖고 있던 최고의 엔진들이 라인업을 이루고 있다. 쇼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 모두를 만족시키는 풍부한 옵션은 물론이고 소재감 역시 지금 봐도 고급감이 뛰어나다. 아무리 중고라고 하더라도 이런 차량이 1천~2천만 원대로 이토록 저렴하다니, 무슨 이유일까?
앞서 언급한 호화 옵션과 큰 배기량, 고출력의 엔진은 텍스트로 느끼기엔 으리으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고장 났을 때 수리비도 엄청나다. 중고차 시장에서 대형차의 차량 감가액이 큰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고장이 나거나 수리해야 할 때, 부품 가격부터 출고가에 준하는 가격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중고 대형차를 찾는 이들은 의도적으로 옵션이 많지 않고 주행거리가 짧은 매물을 찾기도 한다.
괜히 감가가 심한 것 아니야
수리 비용은 감안 필요 있어
시간이 좀 지나면 부품 가격이 내리지 않느냐고? 오산이다. 부품 가격은 정해져 있고, 그 가격을 계속 유지한다. 제네시스 EQ900의 할아버지 격인 1세대 에쿠스의 경우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미쓰비시와의 마지막 공동 개발 차량이다. 일부 부품의 경우 아직도 미쓰비시의 일본 수입품을 사용하는데, 단적인 예로 EQ900의 엔진 마운트는 5,000cc용을 세트로 구매해도 2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1세대 에쿠스의 엔진 마운트 개당 가격은 신품이 30만 원을 넘는다.
요즘 차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옵션 중 하나가 반자율주행일 것이다. 현대차, 기아 기준 HDA라고 통칭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가 ‘ 차선 중앙 유지장치 ’ 와 ‘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 이다. 에쿠스 2세대와 비교해 보자. 에쿠스 2세대 초기형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되어 있는데, 이 부품. 무려 독일제다. 제네시스 EQ900의 모듈은 신품 기준 120만 원가량인데, 에쿠스 2세대의 그것은 부품 가격만 200만 원이 넘어간다. 공임을 합치면 2배 가까이인 셈.
차량 상태 잘 본다면
극강의 패밀리카로도 가능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져온다면 충분히 가성비 좋은 중고차가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시간이 흘러 소위 ‘ 고질병 ’ 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동호회에 가입해서 3번 정도만 검색하면 수리할 수 있는 곳을 금방 알아낼 수 있으니 이런 건 신차 대비하여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신차의 경우 고장이 났는데 제조사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어 세워두어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라는 건 어쨌든 기계이기에 타다 보면 수리가 필요한 부분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신차를 사도 몇 년 지나면 똑같지 않은가. 처음 인수할 당시 차량 상태를 정확히 보고, 예산 내에서 적절히 인수한다면 6기통의 부드러운 엔진을 50%가량 깎인 세금을 내며 느껴볼 수 있다. 또한 한때 회장님들께서 느끼던 뒷좌석의 편의 장비를 이젠 내 가족이 느낄 수 있기에 최고급 패밀리카의 역할도 손색없다고 말하고 싶다.
자동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슈들
제보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 jebobox1@gmail.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