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차는 안전하다?
보행자에게는 최악
크기별 사망률 상극
큰 차일수록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차체가 큰 만큼 충격을 흡수할 공간이 넓으니 탑승자를 비교적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차량의 탑승자에게만 해당한다.
보행자가 대형 SUV나 픽업트럭에 충돌 당할 경우 소형차의 경우보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요즘 SUV 크기 경쟁이 활발해지며 이러한 차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미국에서 차랑 대 보행자 사고 시 차량 크기와 형태에 따른 상관관계를 연구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전면부 높을수록 위험
사망률 45%까지 증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미국에서 발생한 보행자 추돌 사고 1만 8천여 건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닛 끝단 높이가 40인치(약 1,016mm) 이상인 차량은 전면부 형상과 무관하게 30인치(약 762mm) 이하인 세단보다 보행자 사망률이 45% 높아진다. 30~40인치 사이에 해당하는 차량은 전면부 형상이 수직에 가까울수록 보행자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
요즘 국내에서도 각진 디자인으로 터프한 매력을 강조한 픽업트럭과 SUV가 많아지는 추세다.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가 대표적이며, 지프 랭글러, 포드 브롱코, 랜드로버 디펜더, 그리고 현대차 싼타페도 각진 디자인이 적용됐다. 픽업트럭 시장은 아직 종류가 한정적이지만 향후 토레스 EVX 기반 전기 픽업트럭과 기아 타스만 등 신차 출시가 예고된 상황이다.
보닛 형상도 사망률 좌우
각진 디자인은 26% 높아
IIHS는 이번 연구에서 1만 7,897건의 보행자 사고와 연루된 2,958대의 차량을 조사했다. 사고 피해자의 성별, 나이 등 사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소도 함께 고려했다고 한다. 보닛 끝단 높이가 40인치 이상인 차량의 경우 보닛의 경사 유무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보닛 형태로 인한 부상 위험 차이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닛이 각진 형태인 차량은 사고 시 보행자를 튕겨내 2차 충격으로 인한 부상 위험을 높였다. 보닛이 경사진 차량은 보행자의 머리를 보닛으로 강하게 내려치는 효과를 낳아 위험을 키웠다. 하지만 보닛 끝단 높이가 30~40인치 이내인 차량은 보닛 경사에 따른 사망률이 다르게 나타났다. 보닛에 완만한 경사가 있는 차량은 보행자 사망률이 일반 세단과 유사했으나 각진 디자인은 26%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14년간 사망 사고 80% 증가
자동차도 그동안 꾸준히 커져
IIHS에 따르면 보행자 사망 사고는 2009년 최저치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80%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21년에는 7,400명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하루 평균 20여 명의 보행자가 차량 사고로 사망했음을 의미한다. 데이비드 하키(David Harkey) IIHS 사장은 “위 결과는 우리의 본능이 옳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디자인이 공격적인 차량은 실제로 보행자에게 더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도 그간 꾸준히 커지고 높아졌다. 미국 승용차 평균 크기는 30년 전 대비 250mm가량 길어지고 100mm가량 넓어졌으며, 200m가량 높아졌다. 중량은 450kg 이상 증가했다. 큰 차 선호도가 높은 국내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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