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고급차 상징적 디자인
‘돌출형 엠블럼’의 흥망성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 온 자동차 디자인. 용도에 충실한 모습으로 변화한 차종이 있다면 심미성을 최우선 순위로 삼은 차종도 있는 법이다. 특히 고급차 브랜드 혹은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은 평범한 자동차와는 차별화되는 요소로 가득하다.
세기말 고급차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돌출형 엠블럼이다. 보닛 위에 솟아있는 화려한 엠블럼은 제조사의 정체성을 표방하는 동시에 좀도둑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대부분 사라져 볼 수 없게 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돌출형 엠블럼의 시작과 끝을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오래된 역사
시초는 냉각수 뚜껑?
돌출형 엠블럼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태동기였던 1890년대 후반 등장해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 장식물을 넘어 기능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의 자동차는 라디에이터가 보닛 밖으로 노출돼 있었고 냉각수 뚜껑 역시 보닛 끝에 위치해 있었다.
냉각수 뚜껑을 겸해 자동차에 특별함을 더해 줄 요소로 돌출형 엠블럼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1900년대 초반에는 돌출형 엠블럼에 냉각수 온도계가 함께 적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냉각수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고, 계기판에 수온계가 추가되며 기능적인 부분의 쓰임새는 점차 줄기 시작했다. 여기에 라디에이터가 엔진룸 내로 수납되며 돌출형 엠블럼의 역할은 순전히 심미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화려함 절정이었던 시절
국산 고급차에서도 유행
돌출형 엠블럼이 본격적으로 고급차 상징 요소가 된 시기는 1930년대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동차의 전면부 디자인이 첫인상을 결정했으며, 전면 어느 각도에서 보나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엠블럼이었다. 그래서 캐딜락, 재규어, 벤틀리 등 여러 고급차 브랜드가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돌출형 엠블럼을 앞다퉈 적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엠블럼 디자인을 살펴보면 수공예품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완성도가 놀라움을 준다. 몇몇 브랜드는 엠블럼의 디자인이나 소재를 고객 취향에 맞춰 주문 제작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전통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들어 현대차 그랜저를 비롯한 국산차에도 돌출형 엠블럼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대차 에쿠스, 쌍용차(현 KGM) 체어맨 등이 돌출형 엠블럼을 적용한 대표적인 예로 회자된다.
보행자 안전 문제로 퇴출
아직도 고집하는 브랜드는?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디자인은 몇몇 차종을 제외하고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교통 체계와 안전 규정이 고도화되며 돌출형 엠블럼으로 인한 보행자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엠블럼 형태를 최대한 완만하게 다듬고 크기를 줄여 나갔으나 결국 과감히 포기하는 흐름이 대세가 됐다.
그러나 몇몇 브랜드는 안전성과 심미성을 모두 챙기는 방법을 고안해 여전히 돌출형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도난 방지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충격 감지 시 엠블럼이 차량 내부로 숨어버리는 장치를 사용 중이다. 벤츠는 적은 힘으로도 쉽게 젖힐 수 있는 구조를 적용해 감성적 가치를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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