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배터리 화재 터진 벤츠
또 다시 중국산 배터리 고집
1억 5천만 원짜리 차량인데..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EQE 전기차 화재는 단순한 차량 사고를 넘어 사회적 파장으로 번졌다. 지하에서 시작된 화염은 계단과 배기구를 통해 상층부까지 퍼졌고, 연기가 퍼지면서 주민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87대는 불에 탔고, 783대는 열과 그을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단수·단전 피해는 물론 난방과 온수 공급이 끊긴 세대도 발생하면서, 주민 불만은 극에 달했다.
문제는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사고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배터리는 중국산 파라시스 제품으로 밝혀졌고, 벤츠코리아는 복구지원금 45억 원을 약속했지만, 피해 회복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이 와중에 벤츠가 2025년형 EQS 모델의 배터리를 또 다시 중국산으로 교체해 논란이다.
성능보다 중요한 건 ‘안전’
벤츠, 또 중국산 배터리 선택
2025년형 EQS 350에 탑재된 배터리는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의 제품이다. 벤츠코리아는 이번 변경을 통해 기존 대비 약 26km 늘어난 464km의 인증 주행거리와 112.3kWh로 확장된 배터리 용량, 복합 전비 4.1km/kWh(20인치 휠 기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후륜 조향 시스템, 에어매틱 서스펜션, MBUX 하이퍼스크린 등의 프리미엄 사양을 갖췄으며, 가격은 1억 4,760만 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고급 옵션이 아무리 풍성해도,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중국산’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소비자의 신뢰는 흔들린다. 특히 작년 EQE 화재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벤츠가 CATL로 갈아탄 선택은 ‘신뢰 회복’보다는 ‘논란 재점화’에 가까운 모양새다. 일부 소비자들은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차량에 중국산 부품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CATL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테슬라, BMW 등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며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국내 소비자 정서 앞에서는 여전히 넘기 힘든 장벽이다. 기술적 우수성과 별개로, 지난해 화재 사고 이후 형성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EQE 화재 이후 피해 입은 입주민 상당수가 난방·온수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현실은, 벤츠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남긴 상황이다.
EQ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인데
브랜드 명성 추락할까 우려
특히 EQS는 벤츠 EQ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상징성 또한 크다. 그러나 재차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소비자 인식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EQS 450 4MATIC 등 후속 트림이 곧 출시될 예정이지만, 배터리 논란이 지속되는 한 국내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반응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벤츠는 EQS를 ‘기술과 품격의 집약체’라고 설명하지만, 지금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수치가 아닌 신뢰다.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핵심은 성능보다 브랜드 이미지이며, 브랜드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불안한 부품’이다. 벤츠가 이를 모를 리 없지만, CATL 선택이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는지는 시장 반응이 알려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EQS의 성패는 단지 한 모델의 성공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전동화 전환기의 중심에서 벤츠라는 브랜드가 여전히 ‘믿고 탈 수 있는 차’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지금 벤츠에 필요한 건 더 많은 마력도, 더 긴 주행거리도 아니다. 바로 소비자 마음속에 불붙은 ‘불신’을 끌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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